'송은미술대상' 대상 수상 기념...사운드 아티스트 김준 개인전

사운드 아티스트 김준의 ‘템페스트’. 소리를 이미지와 결합해 공감각적인 체험을 선사한다. /송은

사운드 아티스트 김준의 개인전 ‘템페스트’가 열리고 있다(25일~12월3일까지 서울 강남구 ‘송은’ 무료관람). 2018년 송은미술대상 대상 수상 기념전으로, ‘소리의 공감각적 체험’을 선사할 작품 5점이 나왔다. 김준은 특정 장소에서 관찰·채집한 소리와 그곳의 이미지를 재구성하는 작업을 해 왔다. 가보지 않은 장소라도 김준이 채집한 소리와 이미지를 통해 그곳을 경험하며 상상할 수 있다.

전시 제목이 ‘Tempest’(폭풍)처럼 들리지만, ‘Transient ElectroMagnetic Pulse Emanation Surveillance Technology’의 축약이다. 이 기술은 전자기기 전자파를 이용해 정보를 훔쳐낼 때 쓰여 왔다. 주로 도청 및 도청 방어에 사용되던 기술이 예술의 형태로 거듭난 것이다. 작가는 템페스트를 활용해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전자기적 신호체계를 감각하고 경험하게 만든다.

전시장 2층에 들어서면 그네 같은 구조물에 매달린 스피커들을 만나게 된다. 거기서 소리가 들린다. 김 작가 자신이 거주하는 강원도의 지질공원에서 채집하거나 직접 공원의 돌을 두드려 녹취한 것이다. 전시장 벽에 걸린 지질공원 이미지 뒤에서도 공원 현장의 소리가 울려 나온다. 관람객이 스피커를 손으로 흔들어 움직여 볼 수 있다. 작가처럼 지질공원 현장에서 소리를 탐사하는 듯한 실감이 난다.

3층에 전시된 템페스트도 흥미롭다. 실재하지만 감지하기 어려운 전자파를 직접 느끼게 해준다. 거대한 구조물이 덩그러니 놓인 흰색 공간에 들어서면 윙윙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전자파를 반사·반향하는 사운드 미러를 통해, 전시장 주변의 엘리베이터나 와이파이 연결망 등에서 발생한 전자기장 등을 인간이 지각 가능한 소리로 변환한 것이다. 2·3층 전시장으로 가는 통로 역시 소리로 꾸며졌다. 나뭇잎의 떨림, 바람과 물줄기의 소리 등 자연에 존재하는 편안한 소음들이 휴식을 준다.

김준 개인전 ‘템페스트’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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