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의문사 여성 묘지 인근에 모인 인파들. /AFP=연합
히잡 의문사 여성 묘지 인근에 모인 인파들. /AFP=연합

이른바 ‘히잡 의문사’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이란 곳곳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된 마흐사 아미니(22)가 의문의 죽음을 맞은 지 40일, 이란 서부 쿠르디스탄주(州)의 아미니 묘지에 1만 명 가량이 모여 정부를 규탄했다고 27일(현지시간) ISNA 통신 등이 전했다. 추모객들은 "여성·생명·자유"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슬람 문화권에선 고인의 영혼이 사망 40일째 날 잠시 돌아온다고 믿는다.

보안군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하는 등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보안상의 이유로 이 지역의 인터넷은 차단됐다. 테헤란·이스파한·마샤드 등 곳곳에도 아미니를 추모하고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인권단체 ‘이란 휴먼라이츠’(IHR) 집계에 따르면, 일련의 시위로 최소 200명이 목숨을 잃었다. 미국정부는 26일(현지시간) 반정부시위 탄압과 관련해 이란정부 인사 및 기관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시아파의 성지가 무장 괴한의 공격으로 유혈사태를 당하기도 했다. 시아파의 종주국을 자임하는 이란 국가정체성에 대한 공격으로 볼 수 있다. 이날 3인조 무장 괴한이 저녁기도 시간에 쉬라즈의 시아파 성지 샤체라그 모스크로 난입, 무차별 총격을 벌여 최소 15명이 죽었다. 부상자는 40여 명에 이른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사건 배후를 자처한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이란의 정예군 혁명수비대(IRGC) 관계자와 2개 단체를 인터넷검열 및 시위대탄압을 들어 제재에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정치범들이 수감되는 에빈감옥 책임자 헤다얏 파자디를 비롯해, 혁명수비대 정보부 간부 모하마드 가제미 등이 제재 명단에 올랐다. 제재대상이 오르면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되고 미국인과의 모든 거래가 끊긴다.

이란이 시위의 배후에 미국 등 서방의 협조를 비난하면, 미국은 이란의 시위대진압 과정에 러시아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응수한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이 "러시아정부가 저항을 탄압·억압하는 방법에 관해 조언했을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으며,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그들이 진압훈련을 고려한 징후가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은 이란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공격을 위한 드론을 제공, 운용할 지원 인력까지 파견했다고 주장했다.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은 이유로 경찰에 끌려가 사흘만에 숨진 마흐사 아미니(22)의 사망 40일째인 26일(현지시간) 이란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4일 이라크 이르빌 UN본부 앞에서 시위하는 여성들 모습. /AP=연합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은 이유로 경찰에 끌려가 사흘만에 숨진 마흐사 아미니(22)의 사망 40일째인 26일(현지시간) 이란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4일 이라크 이르빌 UN본부 앞에서 시위하는 여성들 모습.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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