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버트로스

 

자주 뱃사람들은 장난삼아
거대한 앨버트로스를 붙잡는다.
시름없이 바다를 항해하는 배를
동행자처럼 뒤따라오는 해조(海鳥)를.

갑판 위에 잡아놓기만 하면
이 창공의 왕자들 몸짓은 바보같이 서툴고
커다란 흰 날개를 노처럼
가련하게 질질 끌고 다닌다.

이 날개 달린 항해자의 어색하고 나약함이여!
한때 그토록 멋지던 모습은 얼마나 가소롭고 창피한가!
어떤 이는 담뱃대로 부리를 들볶고,
어떤 이는 절뚝절뚝 불구자 흉내를 낸다!

시인도 폭풍 속을 드나들고 포수를 비웃는
이 구름 위의 왕자 같아라.
야유의 소용돌이 속에 지상에 유배되니
그 거인의 날개가 걷기조차 방해하네.

샤를 보들레르(Charles-Pierre Baudelaire;1821~1867)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신천옹이라고도 불리는 ‘앨버트로스’는 2미터가 넘는 날개를 펼치고 하늘을 난다. 큰 날개는 하늘을 나는 데 유용하지만 지상에서는 ‘걷기조차 방해된다.’ 새는 하늘을 날며 살지만 먹이활동을 위해 지상으로 내려오지 않을 수 없다.

‘앨버트로스’는 이 땅의 모든 이상주의자들의 상징이다. 그들은 지상에 유배되었고, 창공을 비웃던 큰 날개 같은 이상은 현실이 지배하는 지상에선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상은 앨버트로스의 날개처럼 거추장스러울 따름이다.

보들레르는 시집 ‘악의 꽃’과 산문집 ‘파리의 우울’, 그리고 몇 편의 미술평론을 남기고 46세에 사망했다. 그의 삶은 불꽃처럼 격렬했고 자유분방했다. 1857년 ‘악의 꽃’이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혹평과 야유가 쏟아졌다. 그의 표현대로 ‘야유의 소용돌이 속에 지상에 유배’되었다. 결국 보들레르는 미풍양속을 해친 죄로 기소돼 벌금 300프랑과 시 6편을 삭제할 것을 언도받았다.

당시 프랑스 비평가들은 ‘악의 꽃’에 드러난 권태와 환멸, 위악과 분열의 현대성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당시 파리는 급격히 도시화 되어갔고 기존의 가치관은 뿌리째 흔들렸다. 모든 게 상품화되었고, 인간 소외 현상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보들레르는 그러한 파리의 모습을 시와 산문으로 노래했다. 보들레르는 근대에 살았던 현대의 시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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