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호
김대호
민주노총의 종북주사파적 행보는 양경수 집행부가 등장할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되었다.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양경수, 진경호(택배 노조위원장), 김태완(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과 김은형(부위원장)과 통일선봉대원들은 수면 위로 올라온 빙산의 일각이다.
 
이들은 김대중 정부 시기 대법원판결에서 이적단체로 확정된 한총련의 핵심 간부들이었다. 양경수는 총학생회장 당선과 동시에 수배자가 된, 2001년 한국외대 용인캠퍼스 총학생회장을 지낸 신념(?)의 전사로 기아차 화성 사내하청분회장 출신이다. 진경호는 민주노총 통일위원장으로 2007년 평양을 방문하여, 정부의 금지 방침을 어기고 일행과 함께 혁명열사릉을 참관한 통일전사다. 김태완은 홍익대 부총학생회장 출신으로 2012년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예비후보로 등록하였고, 후에 택배 기사로 취업했다.
 
이들은 호구지책이 아니라 의식화·조직화를 위해, 취업과 조직이 쉬운 곳에 들어가 대성공을 거두었다. 과거 같았으면 서울상대 운동권으로 노동현장에 투신하여, 1978년 한일도루코 노조위원장으로 선출된 김문수(현 경사노위 위원장)와 1985년 ㈜통일 노조위원장과 1999년 민주노총 금속연맹위원장으로 선출된 문성현(전 경사노위 위원장) 급의 신화의 주인공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상이념, 지적 능력과 운동권 내 위상은 하늘과 땅 차이다. 김문수·문성현이 캄캄한 밤의 촛불이었다면, 양경수·진경호는 대낮의 촛불이다. 그것도 독가스를 뿜어내는!
 
사실 김대중·노무현과 문재인·이재명의 차이만큼이나 김문수·문성현과 양경수·진경호의 차이가 크다. 그런 점에서 정치리더십만이 아니라 노조리더십 역시도 엄청나게 퇴화하였다. 우리의 평범한 이웃이자, 후배, 삼촌, 이모, 조카인 민노총 조합원에게 위원장 등 집행부는 일종의 쥐 잡는 고양이다. 종북주사파든, 종업원 이기주의(조합주의)파든, 출세주의자든 상관없이 해고, 구속 위험을 무릅쓰고 싸워 더 높은 임금과 더 많은 복리후생이라는 쥐만 잘 잡으면 된다고 본다.
 
사실 대다수 조합원은 연맹의 좌익적 강령에 별로 관심도 없고, 동의하지도 않는다. 조합원들은 강령과 집행부의 종북주사파적 행보를, 조합원들의 권리이익을 위해 고생하는 취향 독특한 상층 간부들이 즐기는 이념적 자위(自慰)나 마약 정도로 여긴다. 그런 점에서 민주노총의 반문명·비이성적인 행태는 일반 조합원들과 자유 시민들이 노조 정치(위원장 선거 등)를 외면한 나쁜 결과다. 집행부에 대한 항의(경위 해명 요구)와 불복종, 불신임 운동이 진정으로 필요한 경우는 바로 이런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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