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환
최성환

이태원 참사를 초래한 가장 큰 원인으로 희생자의 주축이 된 MZ세대의 스트레스를 눈여겨 보아야 한다. 한국사회에서 이들의 학업, 직업, 결혼 등과 연관된 억압된 감정과 장기간의 코로나 정치방역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한계점에 이르러 있었다.

강아지도 산책을 시켜주지 않으면 병에 걸린다. 그런데 현재 한국의 MZ세대는 일생의 가장 왕성한 시기에 3년 가까이 ‘거리두기’로 대면접촉을 못했다. 그 스트레스는 상상 이상이다. 할로윈 데이가 매년 있었지만 특별히 올해 이태원이 인산인해를 이룬 것도 코로나 정치방역이 풀린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원인 중에는 MZ세대의 군중심리가 그 핵심에 있다. 안전사고는 표면적으로 나타난 현상일 뿐이다. ‘집단의 심리학’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런 사고는 반복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 혼자는 할 수 없는 일을 여럿이 힘을 합치면 이룩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여럿이 모였을 때에는 각자의 뜻대로 할 수 없다. 이번 사건만 보더라도 ‘위기상황에서 개인들은 빠져나오고 싶었겠지만, 군중의 움직임을 거스를 수 없었기에’ 희생되었다. 그래서 개인은 자신이 어떠한 집단에 속할 것인지에 대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집단도 사람 모집에 신중해야 한다.

기성세대가 MZ세대의 군중심리를 이해하려면 당연히 ‘핼러윈’이 무엇인지도 파악해야 한다. 2월 14일의 발렌타인 데이는 대부분의 젊은 남녀들이 알고 있어야 할 날이 되었다. 심지어는 화이트 데이, 빼빼로 데이까지 등장했는데, 이는 상업적으로 집단심리를 이용한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할로윈 축제가 유행한 지는 얼마되지 않는다. 부유한 지역의 유아원, 유치원 등에서 서양의 문화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번져나갔다. 처음에는 아이들을 위한 축제였는데 빈부간의 위화감을 부추긴다는 이유에서 사회적 지탄을 받고 사라졌다.

하지만 서양과 일본 등지에서 도입된 코스플레이(게임이나 애니메이션 캐릭터 복장을 하고 노는 행위) 문화가 자신의 개성을 표출하고자 하는 남녀 청년층 사이에서 급작스럽게 퍼져나가게 된다. 여기에 K-컬쳐가 세계적 집중을 받으면서 할로윈 데이와 관련한 각종 페스티벌의 중심이 한국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그것이 현재 MZ세대의 핼러윈 축제가 되었다.

그래서 우리 젊은층들의 건전한 스트레스 발산을 위한 사회적 개입이 필요하다. 어린이들에게만 놀이터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청년들, 심지어는 어른들, 어르신들에게도 놀이터가 필요하다. 건전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사회적 배려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세대간의 정신적 갈등문제도 이러한 배려를 통해 해소될지도 모른다.

10월의 마지막 토요일인 29일 밤, 이태원 지역에서 발생한 핼러윈 참사에 대해 애도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희생자들과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하며, 달려가 한 명의 피해자라도 구하려고 전력을 다한 시민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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