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식
김정식

지난 29일 오후 10시쯤 이태원 골목에 인파가 몰린 상황에서 다수가 넘어지면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벌어졌다. 하루 전인 28일 금요일, 필자는 이른바 ‘이태원 참사’의 장소에 있었다. 그날 역시 유흥시설이 즐비한 도로와 통하는 작은 골목길 일대는 병목현상을 일으키고 있었다. 말 그대로 의지와 상관없이 떠밀려가는 상황이었고, 자칫 큰 사고가 일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이 좋게도 별다른 사고 없이 조금은 여유가 있는 곳까지 이동할 수 있었지만, 위기감과 뒤이은 안도감에 신고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은 사라졌다. 다음날 발생한 참사 소식을 접하며 심한 죄책감이 들었다. ‘개인이 느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행동으로 옮기지 않은 것’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크게 느끼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너무나 소중한 사람들의 생명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 안타깝게 사라졌다. 전문가들은 주최 측 없이 수만 명이 좁은 도로에 몰리는 행사였기에, 행정당국과 소통하는 주체가 없었다는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이에 더해 노조 및 좌파 단체의 정부 규탄 집회와 그에 대응하는 맞불집회에 경찰 인력이 분산된 것도 문제였던 것으로 분석한다. ‘깨진 유리창 이론’처럼 그동안 방치됐던 사소한 문제점들을 외면해온 우리 사회에 경종을 일으키는 큰 사건이 된 것이다.

사실 서울시와 경찰은 지난 26일부터 "핼러윈 축제 기간 이태원 등에 많은 인파가 몰릴 예정이니 주의해 달라"는 당부를 매일 언론을 통해 내놨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이후에도 정부는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11월 5일까지 국가 애도 기간으로 지정하는 등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민주당과 좌파 성향 단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윤석열 정부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시민단체로 포장한 좌파 어용 단체는 원인 규명을 촉구하는 등 세월호 사건 당시를 매뉴얼처럼 베끼고, 언론은 계속해서 ‘당국의 사전 대응 관련 문제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민주당의 고위 당직자가 이 사건을 이용해 정부를 욕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글을 삭제하는 일도 있었다.

커뮤니티 게시판 등을 통해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이 자책하는 글을 접하고 있다. 성숙한 시민들은 그렇지 못한 사회적 시스템 위에서 자신의 책임을 되돌아보는 사이에, 후진적인 정치권은 ‘네 탓’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지금은 사망자에 대한 애도와 생때같은 자녀를 잃은 유족들 마음을 달래는 것이 최우선이다. 동시에 문제점을 짚어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해야 한다. 또한 늦은 시간 혼란스러운 상황에도 사태를 수습하고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노력한 경찰과 소방대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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