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전세계의 유사한 압사 사고 사례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확실한 것은, 이번 참사가 그런 압사 사고들 가운데 피해 규모라는 점에서 최소한 상위 10위 안에 들어갈 것이라는 점이다.

압사 사고는 선진국이나 후진국을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 하지만 기존의 압사 사고 사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듯, 대형 압사 사고는 아무래도 후진국에서 더 자주 발생하고 피해 규모도 커지는 경향이 있다. 집단적인 성향이 강하고 세속화된 질서 의식이 빈약한 사회일수록 이런 참사에 취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이태원 참사는 한국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낸 사례일 수밖에 없다. 세계적인 첨단 대도시 서울 한복판에서 그것도 5060 기성세대와 달리 어려서부터 선진 대한민국의 환경에서 교육받고 자라온 MZ 세대들이 밀집한 장소에서 이런 후진국형 참사가 발생했다. 게다가 그 피해 규모에서 세계적인 사례로 꼽히게 됐다. 이게 말이 되는가.

이 사건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고 있다. 사고 자체를 슬퍼하고 애도하는 추모의 심리가 그 하나이고, 다른 한편으로 어떻게든 이 사건을 빌미로 현 정권을 흔들어서 정권 탈취에 유리한 계기로 삼으려고 하는 일명 시체 장사, 관 장사 전문업자들이 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이번 참사를 계기로 유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반성과 후속 대책 마련이다. 소를 잃었으면 외양간이라도 제대로 고쳐야 또 다시 소를 잃는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모든 비극은 그 자체를 소중한 경험 자산으로 삼아 제대로 된 교훈을 도출해야 비슷한 사례의 반복을 막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지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는 뼈저린 반면교사의 사례일 수밖에 없다. 그 사고가 발생한 지 8년 6개월이 지났지만 비슷한 사고의 재발을 막을 메뉴얼이 마련됐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미안하고 고맙다’며 그 끔찍한 비극을 정권 탈취 도구로 악용한 자들의 파렴치한 책동이 나라를 망가뜨린 기억이 생생할 따름이다.

나라가 발전한다는 것은 그 사회에 축적된 지식이 다양해지고 풍성해진다는 얘기다. 이번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우리 사회도 대규모 인파(人波) 사고에 대비한 매뉴얼을 조속히 갖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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