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3선 대통령...현 대통령을 1.8%P차로 겨우 따돌려

브라질 대선 후보로 나섰던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시우바(가운데)가 10월 30일(현지시간) 대선 결선 투표에서 승리한 직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엄지를 치켜들며 환호하고 있다. /AFP=연합
브라질 대선 후보로 나섰던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시우바(가운데)가 10월 30일(현지시간) 대선 결선 투표에서 승리한 직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엄지를 치켜들며 환호하고 있다. /AFP=연합

"두 개의 브라질은 없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시우바(77) 브라질 대통령 당선인은 30일(현지시간) 당선 일성으로 ‘화합’을 강조했다. 12년 만의 재집권, 브라질 역사상 첫 3선 대통령이 된 룰라 당선인은 이날 밤 상파울루 티볼리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증오로 물든 시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호소했다. 룰라 당선인의 결선투표 득표율 50.9%는 아슬아슬한 승리였다. 49.1%를 득표한 현직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67)에게 겨우 1.8%p차로 이긴 것이다.

룰라는 구두닦이 출신의 대통령, 빈민의 벗으로 불리며 한 때 우리나라 일부 언론계에서 각광받던 인물이기도 하다. "민주주의가 다시 서는 브라질을 만들겠다." 이번 선거기간 내내 그가 내세운 공약이었다. "내게 주어진 소명"이라면서 가난과 기아 퇴치를 골자로 한 공공부문 개혁도 완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모든 국민의 기본적 의식주를 해결해 줄 경제 성장, 선입견·차별·불평등 극복, 여성의 안전과 노동권 보장, 국제사회 속 위상과 신뢰 회복, 아마존을 비롯한 자연환경 및 원주민 보호 등을 연이어 약속했다. 룰라는 아마존 보존을 위한 국제협력을 요청하면서 "우리 브라질이 영원히 원자재 수출만 하는 나라에서 못 벗어나게 하는 무역협정 대신 ‘공정한 글로벌 무역’을 추구하겠다"고 다짐했다

룰라는 2003~2011년 대통령직을 8년간 연임하며 브라질을 이끌었다. 내년 초 취임하면 12년만에 다시 대통령직에 오르는 셈이다. 룰라의 복귀는 인구 2억의 브라질 뿐만 아니라 중남미 정치 지형도 전반을 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사상 최초로 중남미 주요 6개국(브라질·멕시코·아르헨티나·콜롬비아·칠레·페루)에 일제히 좌파 정권이 들어선 셈이다. 미국에게도 상당히 신경쓰일 상황이다. 문제는 ‘미국의 뒷마당(텃밭)’으로 불려왔던 중남미가 앞으로 중국과 더 밀접해질 전망이란 점이다.

중국이 중남미 국가들 중 특히 브라질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 왔다. 두 나라 모두 2000년대 들어 빠르게 성장한 5개국에 들어간다. 이른바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의 일원이다. 과거 룰라정부 시절 브릭스등을 계기로 브라질과 중국은 급속히 가까워졌다. 지난해 우파 정권 하에서도 중국 투자액이 8조 원(60억 달러), 2017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국 또한 다른 나라보다 주의를 기울이며 브라질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이에 중국을 최대 전략적 경쟁자로 상정한 미국이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뒷마당’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고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당초 룰라가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로 손쉽게 이길 듯해 보였으나, 룰라의 부패 혐의와 사회주의 정책에 대한 반발로 보수층이 결집하면서 보우소나루가 선전했다. 외신들은 사상 최대의 이념대결과 정치분열로 진보·보수 유권자가 대대적으로 결집하면서 초접전을 펼쳤다고 평가했다. 간발의 차로 재선에 실패한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지지층, 군부가 대선결과에 불복해 쿠데타 등을 감행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보우소나루는 룰라에 여론조사에서 뒤처진 지난 1년 남짓, 부정선거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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