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말 기준 국내 5세대(5G) 이동통신 가입자는 총 1938만970명이다. 연내 가입자 수 2000만명 돌파가 확실시된다. 하지만 5G의 서비스 품질은 여전히 도마 위에 있다. 상용화 당시 부르짖던 ‘4세대(4G) LTE보다 20배 빠른 5G’가 언제쯤 실현될지 안갯속이다. 최신 스마트폰들이 5G만 지원해 억지로 5G에 가입할 수 밖에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최근 이 같은 현실의 민낯이 드러났다. 2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양정숙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월 말 현재 이통3사가 구축한 28㎓ 주파수의 5G 기지국이 단 312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통3사가 2018년 28㎓ 5G 주파수를 할당받으면서 올해까지 구축한다고 정부에 약속한 의무 구축량 4만5215대(SK텔레콤 1만5215대·KT 1만5000대·LG유플러스 1만5000대)의 0.7% 수준이다. 앞으로도 오랜기간 절름발이 5G 서비스가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28㎓ 주파수는 ‘진짜 5G’로 불린다. 현재 구축 중인 5G 전국망에는 3.5㎓ 주파수가 활용되고 있는데, 이 주파수로는 LTE보다 20배 빠른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지난 8월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5G 품질평가 결과에서도 이통3사의 평균 5G 다운로드 속도는 LTE 대비 4배 빠른 정도였다. 그동안 정부와 이통3사가 내세운 5G는 28㎓ 5G다. 28㎓ 5G는 3.5㎓와 비교해 대역폭이 8배나 넓어 초고속·초고용량·초저지연 서비스 구현이 가능하다. 고주파 대역 서비스를 확대해야 미래 6세대(6G) 이동통신의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하지만 28㎓ 5G의 상용화에는 큰 걸림돌이 있다. 3.5㎓보다 주파수의 직진성이 강해 산이나 빌딩 같은 장애물 속에서 진가를 발휘하려면 훨씬 촘촘한 기지국 배치가 요구된다. 이통3사가 3년 가까이 28㎓ 5G망 구축에 미온적이었던 것도 이에 투입해야 할 막대한 비용 때문이다. 이통3사 관계자는 "3.5㎓ 5G 전국망 구축도 내년에야 완료되는 실정에서 28㎓ 5G 투자는 너무 버겁다"며 "28㎓ 주파수 할당 당시 이통3사 간 경쟁으로 정부의 의무 구축량 요구를 받아들였지만 애당초 무리한 목표였다"고 토로했다.
사실 현 상황은 이미 오래전 예견됐다. 지난해 이통3사는 공공자원인 28㎓ 주파수를 빌려 쓰는 대가로 정부에 납입한 6200억원 규모의 주파수 할당대가 대부분을 손상차손 처리했다. 28㎓ 5G 기지국 의무 구축량을 채우지 못해 주파수를 회수당하고 할당대가도 돌려받지 못할 것을 기정사실화한 셈이다.
문제는 그동안의 정부 대응이다. 올해 1년 내내 28㎓ 5G망 구축 계획의 비현실성 문제가 불거졌음에도 이통3사를 독려하고 있다며 시간을 보냈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누가 봐도 목표 달성이 물 건너간 시점인 10월 국감에서조차 "28㎓ 5G 기지국 구축은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의무구축 기한을 유예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차라리 곧바로 6G를 상용화하는 게 더 빠르겠다"는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의 질타가 더 수긍을 받았을 만큼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현실인식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28㎓ 5G 서비스는 기술과 상용성에 대한 면밀한 검증 없이 보여주기식의 과도한 목표를 설정하고 기업의 이행만 강요하는 전형적 탁상행정 사례"라며 "정부가 정말로 28㎓ 5G의 활성화를 원한다면 기업이 투자를 결심할 수 있도록 관련 생태계 조성과 수익모델 창출에 먼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기자명 양철승 기자
- 입력 2021.12.29 15:00
- 수정 2021.12.2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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