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는 전기차 EV6의 연식 변경 모델인 The 2023 EV6를 출시했다. 사진은 기아 EV6 GT-Line. /현대자동차그룹
기아차는 전기차 EV6의 연식 변경 모델인 The 2023 EV6를 출시했다. 사진은 기아 EV6 GT-Line. /현대자동차그룹

자동차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100여 년간 기술을 축적해온 내연기관을 뒤로 한 채 전기차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전기차가 완성차를 넘어 글로벌 첨단기술 패권 경쟁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선보이는 전기차 역시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특히 애플, 폭스콘 등 글로벌 빅테크까지 가세하면서 전기차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1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 규모는 올해 974만대에서 2025년 2172만대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국내에서도 전기차 판매량이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자동차협회에 따르면 국산 전기차 내수 판매량은 지난해 10월 처음 1만대를 넘어선 이후 올해에만 5번이나 월 1만대를 돌파했다. 지난 9월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1만3993대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유수의 완성차 업체 가운데 전기차 전환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곳은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해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혼다 등이다. 이들 업체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해 속속 해외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또한 LG에너지솔루션이나 삼성SDI 등 글로벌 배터리 업체와 전기차 전용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하는 등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그룹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독일의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은 2033년부터 유럽에서 폭스바겐 브랜드의 내연기관차를 생산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당초 2035년으로 잡았던 일정을 앞당긴 것이다. 아울러 2026년까지 2만5000유로(약 3565만원) 이하의 소형 저가 전기차를 포함해 10종의 새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폭스바겐은 최근 자사의 첫 번째 준중형 전기차인 ID.4를 국내에 출시했다. ID.4는 82㎾h(킬로와트시) 용량의 리튬이온 배터리로 1회 충전 시 최대 405km를 주행할 수 있다. 보조금 역시 지원돼 4000만원대로 구매할 수 있다.

아우디는 지난 9월 소형 전기SUV인 Q4 e-트론 40을 출시했다. 82㎾h(킬로와트시)의 고용량 리튬이온 배터리가 탑재돼 1회 충전 만으로 368km를 주행할 수 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Q4 e-트론 40은 현재까지 누적 계약이 7000여 대에 육박한다. 출시 두 달 만에 1년치 물량을 확보한 셈이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지난달 전기차 EQE 350+를 출시했다. 88.89kWh의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최대 471㎞를 달릴 수 있다. 급속 충전도 가능하다.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충전되는 데 32분 남짓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기존의 준중형에 한정된 전기차 라인업을 중형 모델로까지 확대해 주도권 선점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준중형 전기SUV 아이오닉5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휩쓴 현대자동차는 최근 자사의 첫 세단형 전기차인 아이오닉6를 출시했다. 아이오닉6는 사전 계약을 시작한 지 3주 만에 4만7000여 대가 팔려나가면서 국내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아이오닉6는 출고 기간만 1년 반이 걸린다.

기아차는 전기차 EV6의 고성능 모델인 EV6 GT-라인을 시장에 내놨다. 전용 듀얼모터 시스템을 장착해 최고 출력만 585마력에 달한다. 이를 바탕으로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까지 걸리는 시간인 제로백 역시 단 3.5초에 불과하다. 기아차에 따르면 EV6 GT-라인은 최근 독일에서 아우디 Q4 e-트론을 안전, 주행, 환경, 경제성 등 6가지 평가항목에서 앞섰다.

일본 자동차 업계 2위인 혼다는 최근 가전에서 종합 엔터테인먼트·IT업체로 전향한 소니와 손잡고 합작법인인 소니·혼다모빌리티를 설립했다. 특히 ‘인포테인먼트’에 집중해 전기차를 단순 이동수단이 아닌 문화·생활공간으로 확장시키겠다는 포부다. 인포테인먼트는 인포메이션(정보)과 엔터테인먼트(오락)가 합쳐진 신조어로 정보 전달 기능에 오락성을 더한 소프트웨어를 의미한다.

애플·폭스콘 등 글로벌 빅테크도 전기차 시장 진입을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다. 특히 아이폰을 위탁 생산하고 있는 대만의 폭스콘은 지난 2020년 자회사 폭스트론을 설립하고 전기차 프로토타입을 연이어 공개하면서 생산 역량을 과시하고 있다. 또 미국 오하이오주의 완성차 공장을 인수했을 뿐만 아니라 최근 대만에 배터리 공장을 새로 건설했다. 태국과 인도네시아에도 생산 시설 확보를 추진 중에 있다.

아우디의 전기차 Q4 e-트론 40. /아우디코리아
아우디의 전기차 Q4 e-트론 40. /아우디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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