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10월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처한 전국 89개 시·군·구를 지정해 고시하고, 집중적인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김수영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이 지난 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장래인구추계 작성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
정부는 지난 10월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처한 전국 89개 시·군·구를 지정해 고시하고, 집중적인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김수영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이 지난 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장래인구추계 작성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

우리나라 인구 전망은 암울하다. 극단적인 사회 변화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감사원이 지난 8월 공개한 ‘인구구조 변화 대응실태’보고서는 인구소멸, 다시 말해 ‘사라지는 대한민국’이 괜한 기우가 아님을 보여준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인구는 지난 2017년 5136만명에서 2117년 1510만명으로 줄어든다. 100년 만에 국내 인구가 현재의 30% 수준으로 급감하는 것이다.

65세 이상 고령층의 인구 비중은 2017년 13.8%(707만명)에서 2117년 52.7%(796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노인이라는 것이다. ‘인구 디스토피아’인 셈이다.

이는 그나마 2018년도 합계출산율을 유지한다는 전제 아래 추산된 것이다.합계출산율은 한 여성이 가임기간, 즉 15~49세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인구 규모가 현상 유지를 하려면 합계출산율이 2.1명은 돼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초저출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980년만 해도 2.8명이었던 합계출산율은 1990년 1.5명, 그리고 2005년에는 1.1명까지 떨어졌다. 당시 합계출산율 감소 충격은 저출산 문제를 국가 정책으로 다루는 계기가 됐다. 이후 합계출산율은 다소 회복됐지만 2015년 1.2명을 기점으로 빠르게 감소해 지난해 0.84명까지 떨어졌다.

이 같은 저출산·고령화와 함께 우리나라 인구구조 변화를 촉진하는 요인은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다. 이는 인구 유출에 따른 지방소멸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29일 부산, 울산, 경남(부울경) 메가시티 합동추진단과 부산연구원 등에 따르면 수도권 면적은 전국의 11.8%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인구는 2604만명으로 전체의 50.2%를 차지한다. 이처럼 수도권에 비정상적으로 인구가 밀집한 나라는 없다. 영국은 20.9%, 프랑스는 18.2%, 독일은 7.4%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처럼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각하다는 일본도 34.8%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1∼11월 부울경에서 빠져나간 4만1463명 가운데 77.7%인 3만2211명이 수도권으로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수도권 경제 쏠림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7년을 기점으로 수도권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비수도권 전체를 추월했고, 2019년 말 현재 1000대 기업 본사의 75.4%가 수도권에 있다. 특히 미래 성장 잠재력을 보여주는 100억원 이상 투자 유치 벤처기업의 92.6%인 148개가 수도권에 밀집해 있다. 창업투자회사의 91.3% 역시 수도권에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지방, 즉 전국의 시·군·구는 소멸 위기에 처할 수 밖에 없다. 실제 정부는 지난 10월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처한 전국 89개 시·군·구를 지정해 고시하고, 집중적인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소멸위험지역은 소멸위험지수가 0.5 미만인 곳이다. 소멸위험지수는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고령층 인구로 나눈 값이다. 0.5 미만일 경우 소멸 위험이 큰 것으로 정의된다. 다시 말해 65세 이상 고령층 인구가 20~39세 여성 인구의 2배를 넘으면 30년 내 소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권역별 메가시티(특별지방자치단체)가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시험대에 오른다. 권역별 메가시티 설치 근거를 마련한 개정 지방자치법이 내년 초 시행되기 때문이다. 권역별 메가시티는 지방의 덩치를 키워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차원이다. 가령 부울경 인구 800만명을 합해 주민센터 등 행정체계는 물론 대중교통과 교육시스템을 효율화하고, 산업정책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행정적·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된다고 지방소멸 위험이 제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는 단지 시간 끌기일 뿐 근본 해법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200조원 안팎의 돈을 쏟아붓고도 효과가 없었던 출산장려정책의 제2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방이 글로벌 경제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키워 인구 유출부터 막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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