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으로 입항한 미 핵 추진 잠수함 키웨스트. 미 국방부 영상정보배포시스템(DVIDS) 제공. /연합
부산항으로 입항한 미 핵 추진 잠수함 키웨스트. 미 국방부 영상정보배포시스템(DVIDS) 제공. /연합

미국 해병대의 최신 스텔스 전투기 F-35B가 처음으로 한국 땅에 내렸고 핵 추진 잠수함 키웨스트함(SSN-722·6천t급)은 부산 앞바다에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미국의 공중·해상 전략자산이 잇달아 한반도에 전개한 것으로, 한미 정상이 합의한 ‘적시·조율된 방식의 전략자산 전개’를 구현하는 동시에 핵실험 가능성이 제기되는 북한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 국방부는 1일 로스앤젤레스(LA)급 공격용 잠수함 키웨스트함이 지난달 31일 부산항에 도착했다며 "인도태평양 지역 배치의 일환으로, 계획된 항구 방문 일정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미측이 공개한 사진에는 수면 위로 부상한 잠수함 함상에 승조원들이 도열해 있고, 육상에서는 우리 해군 장병들이 키웨스트함 입항을 환영한다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다.

미 국방부는 LA급 잠수함이 세계에서 스텔스 성능이 가장 뛰어나고 기술적으로 가장 진보된 잠수함 중 하나라며 대잠수함전, 대수상함전, 감시·정찰, 타격전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공개했다.

키웨스트함은 1987년 취역한 LA급 35번 핵 추진 잠수함으로 수중배수량 6천900t에 달한다. 사거리 2천500㎞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UGM-109)을 수십 발을 탑재할 수 있다. 보급 없이 90일간 작전이 가능하며, 항속거리는 무제한이다. 길이 110m, 전폭 10m, 승조원은 100여 명이다.

LA급 핵잠수함은 한반도 유사시 전개되는 미국의 대표적 전략자산으로 꼽힌다.

미측은 고도의 은밀성이 핵심인 잠수함 전력은 노출하지 않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키웨스트함의 부산 입항 사실은 공개함으로써 무력 도발 수위를 높여가는 북한에 경고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키웨스트함의 입항 목적이나 현 임무는 미 국방부가 언급하지 않았으며 우리 해군과의 연합 훈련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주한 미 7공군사령부는 이날 미 해병대 제242 전투기 공격비행대대(VMFA-242)가 운용하는 F-35B 4대가 군산 기지에 착륙했다고 밝혔다.

일본 이와쿠니 미군기지에 배치됐던 이들 전력은 지난달 31일 시작해 오는 4일까지 이어지는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으로 전개했다.

F-35B는 수직 이착륙이 가능해 지상 기지에서만 전개할 수 있는 F-35A와 달리 지상은 물론 항공모함이나 강습상륙함 등에서도 뜨고 내릴 수 있는 만큼 유사시 다양한 환경에서 출격할 수 있다.

미 7공군은 "미 태평양공군 사령부의 연례 연합·합동 전투기 훈련의 일환으로 이 5세대 전투기들은 미 제8전투비행단, 한국 공군 38전투비행전대 등과 한국 공역을 공유한다"고 밝혔다.

미 8전투비행단과 한국 38전투비행전대는 모두 군산 기지에 배치된 전력으로 각 F-16, KF-16 전투기를 운용한다.

핵잠수함과 F-35B 한반도 출동은 지난 7월 최초의 한미 연합 F-35A 비행훈련, 9월 23일∼10월 8일 미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CVN-76·10만3천t급)의 동해 배치 등 일련의 미 전략자산 전개 연장선에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이번 비질런트 스톰에 우리 공군은 F-35A, F-15K, KF-16 전투기와 KC-330 공중급유기 등 140여 대 전력이 참가한다.

미 공군은 F-35B를 비롯해 EA-18 전자전기, U-2 고공정찰기, KC-135 공중급유기 등 100여 대가 동원됐다. 호주 공군도 동참해 KC-30A 공중급유기 1대를 투입한다.

한미는 이번 훈련 기간에 역대 최대 규모인 1천600여 소티(출격 횟수)를 계획해 7차 핵실험 준비를 마치고 최근 잇따른 무력 시위로 도발 수위를 끌어올리는 북한에 강력한 경고를 보낸다.

앞서 한미는 북한이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연속 대형 도발에 나선 이후인 2017년 12월에도 군용기 260여 대를 한반도 상공에 동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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