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다 가쓰히로
구로다 가쓰히로

한국의 전통요리였던 개고기 요리가 사라지고 있다. ‘이국정서’를 즐기고 싶은 외국인 기자로서는 아쉬움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것도 시대의 흐름이니 어쩔 수 없다. 다만, 지금까지 수많은 ‘외압(外壓)’을 견뎌왔던 전통문화가, 국내의 폭발적인 반려견 붐이라는 ‘내압(內壓) ’으로 궁지에 몰렸다는 점이 흥미롭다.

한국의 반려견 붐은 놀랄 정도다. 그 상징이 ‘반려견’이라는 말의 등장이다. 개(동물)는 이제 사람의 소유물이 아닌, 사람의 반려(파트너)이기에, ‘애완견’이라는 말은 개에 대한 차별인 것이다. 한국 언론에서 어느샌가 ‘애완’이 사라지고 전부 ‘반려’로 바뀌었다. 그런데 펫(Pet)이라는 영어도 ‘애완’이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사용하면 안 될 것이다. ‘펫 푸드’도 이제부터는 ‘파트너 푸드’나 ‘반려식품’이라 말해야 할 것이다.

이미 행정당국에는 ‘동물복지과’가 등장했다. ‘인권’이라는 말에 이어 ‘동물권’이라는 말도 생겼다. 이 말은 오히려 ‘견권(犬權)’이나 ‘반려권(伴侶權)’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좀 있으면 ‘국가반려권위원회’가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다.

일본에서는 17세기 말 사무라이 시대에 ‘개장군’이라 불리는 기묘한 최고권력자가 있었다. 동물 애호령을 선포하고, 개를 괴롭히거나 학대하는 사람은 사형에 처했다. 불교사상에서 온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사람보다 개를 중시한다는 모순에 빠졌다. 결국 백성들에게 비난받아 실각 했지만.

한국은 지금, ‘개님 시대’인 듯하다. 이 정도로 개가 존중받고 사랑받는 나라인데, 외국인의 눈에는, 아니 외국인의 귀에는 이해할 수 없는 현실이 존재한다. "개XX"라는 저급한 욕이다. 왜 개가 그렇게 나쁜 것인가. 하물며 그 귀여운 ‘새끼’가 웬 말인가. 말로 개를 이렇게 학대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이대로라면 한국은 세계 최대의 개차별국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다.

반려권 시대에 이 문제를 누구도 지적하지 않다니. 문재인 대통령이 얼마 전 개고기 금지 방침을 밝혔는데, "개XX"라는 언어추방도 꼭 추진해 줬으면 한다. 더불어 한국에는 ‘58년 개띠’라는 세대가 푸대접을 받는다고 들었다. 개 때문에 사람까지 차별당한 것이다. 한국 사회의 ‘개개혁’을 진심으로 기대한다.

한국에서는 ‘일본어 추방’이라는 애국언어 캠페인이 자주 보인다. 그런데 지금 필요한 것은 그런 한가한(?) 것이 아닌, 반려권 회복을 위한 ‘개XX 추방운동’ 아닐까. 이는 국가와 한국어의 품격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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