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기
박인기

그리스 아테네에서 코린트 남쪽 60km 지점에 있는 에피다우로스 원형 극장은 내가 경험했던 콘서트 객석 중 매우 인상적이었다. 기원전 4세기에 지은 이 극장은 거대한 좌우 대칭의 아름다움이 돋보였는데, 로마 시대에 확장한 55계단의 원형 객석은, 엄청나게 넓고 높고 큰 규모였다. 무엇보다도 자연 그대로의 소리 전달 효과가 신비로웠다. 음향 스피커를 사용하지 않아도 하단의 중앙 무대에서 내는 음향과 육성을 원형의 객석 어디에서도 들을 수 있었다.

현대의 콘서트장은 연주의 질적 정교함을 객석에 전달하기 위해 고도의 기술 설비로 무장되어 있다. 객석의 청각 조건도 더욱 섬세하게 진화하고 있다. 세계의 유명 오페라단이나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이 있으면, 객석은 그 등급에 따라 현저한 가격 가치로 사람들의 기를 살리기도 하고 기를 죽이기도 한다. 어쨌든 음악 예술의 수준 높은 향유를 통하여 문화적 자아를 고양하려는 사람들에게 고급의 객석은 언제나 꿈의 자리이다.

객석의 가치를 이런 고정관념으로만 받아들이다가 나는 얼마 전 살짝 충격을 받았다. 모차르트의 플룻과 하프를 위한 협주곡 2악장(Concerto for Flute and Harp K299-2nd Movement)’ 연주를 들려주는 어떤 유튜브에 다음과 같은 댓글이 달린 걸 보았다.

저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청소 일을 하는데 제 직업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라, 제가 요즘 얼마나 음악을 사랑하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모차르트 뮤지컬을 요즘 하는데, 저는 직접 뮤지컬을 보지는 못해도, 일하다 음악이 흘러나오면 가슴이 뭉클하답니다. 눈물도 나와요. 모차르트가 내 마음속에 그려지는 거예요. 가슴 아파요. 더 알고 싶어서 모차르트의 생애도 찾아보고 그의 음악도 찾아 듣습니다.”

좋은 객석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 객석은 물론 콘서트장 안에 있다. 거기에 S석도 있고, A석도 있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 안에 있는 객석이 내 눈에 들어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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