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찬
이범찬

우리 인생사가 태어나면서 죽음을 예비하듯 전쟁도 시작과 함께 항상 끝을 잉태해 왔다. 지루하게 지속되던 ‘30년 전쟁’(1618~1648·독일의 종교전쟁)도 결국 끝이 났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그 피로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러시아가 전쟁에서 밀리면서 조기 종전을 내심 기대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의회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쟁 지원 조절과 러시아와 종전협상에 적극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머지않은 장래에 종전이 기대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 성격을 띠고 있다. 때문에 종전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의지보다는 양국 지도자들이 현재 처해 있는 국내·국제 정치적 상황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필자는 이 전쟁이 조기에 종전될 것인지 여부를 구심적·원심적 요인을 검토해 전망해 보기로 한다. 이런 요인을 결정하는 변수로는 ① 전쟁 상황, ② 푸틴의 정치·경제적 상황, ③ 전쟁의 국제경제 상황에 파급 영향, ④ 미국 행정부의 입장, ⑤ 미국 의회의 입장 등을 상정해 볼 수 있다.

첫째, 전쟁 상황을 보자. 푸틴의 러시아군은 역시 종이 호랑이였다. 러시아군이 서방의 첨단무기로 무장한 우크라이나군에 속수무책으로 밀리면서 고전하고 있다. 푸틴이 핵무기 사용을 위협하지만 자신의 정치적 생명이 걸린 문제라 핵 선제공격을 결심하지는 못할 것이다. 러시아 합동군 총사령관 세르게이 수로비킨은 "향후 적절한 시기에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며 이미 합병한 전쟁 요충지 헤르손에서 퇴각과 철수를 시사했다. 우크라이나 전황이 전환적 국면을 맞고 있어 조기 종전에 구심적 요인이 되고 있다.

둘째, 푸틴의 국내 정치·경제적 여건은 매우 어렵다.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이 어렵게 되자 예비군 30만 명 동원령을 내렸으나 징집을 피하기 위해 일주일 만에 20만 명 이상이 조지아·카자흐스탄·EU(핀란드·에스토니아·튀르키예) 등 해외로 탈출해 징집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또한 징집에 대한 러시아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푸틴에 대한 지지율도 하락세를 보이면서 정치적으로도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실제 붕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예일대 보고서에 따르면, 서방의 전면적인 경제제재 조치로 1000개 이상의 기업이 러시아에서 철수하거나 사업을 축소하고, 고학력 전문기술자들이 대거 해외로 이탈하고 있다. 이처럼 어려운 푸틴의 국내 정치·경제적 상황은 조기 종전의 구심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셋째,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제경제 상황에 심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 되면서 곡물과 가스 가격이 급등해 전세계적 물가 폭등을 초래하고 있다. 이에 따른 생활고가 가중되면서 전쟁에 대한 피로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미국과 유엔 등 국제사회에 조기 종전의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넷째,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을 보자. 바이든 행정부는 이 참에 푸틴을 코너로 몰아 정치적으로 실각시키고 싶어한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속이나 종식은 당사자가 결정할 몫이며, 미국은 필요한 만큼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전의 원심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대중국 봉쇄를 위해 공급망 재구축을 통한 국제질서 재편 전략에 걸림돌이 되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전이 필요하다.

다섯쩨, 미국 의회가 초당적으로 조기 종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화당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조절하라고 바이든 대통령한테 압력을 넣은데 이어 민주당 하원의원 30명이‘전쟁이 더 길어지는 것을 피하는 게 우크라이나와 미국에 이익이다. 전쟁을 끝내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외교 노력이 필요하다’고 대통령한테 서신을 보냈다. 미 의회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피로감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은 의회 중심의 정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이든 행정부도 의회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또한 조기 종전의 구심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에 점령당한 땅을 다 회복하기 전에는 종전협상에 임할 수 없는 정치적 상황에 처해 있다. 옛 국토 회복까지 전쟁 지속을 요구하지만 자신의 의지 관철은 어려울 것이다. 미·러간 대리전 성격을 띠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1962년 미사일 위기 때처럼 양국간 협상으로 종결될 것이다. 푸틴의 일방적 종전선언 후 미국과 뒷거래 협상을 통해 조기 종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