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민
이정민

지난 10월 29일 이태원의 밤, 핼러윈이라는 축제의 희극이 악몽과 같은 비극이 되었다.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가 해제된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핼러윈이었기 때문에 부풀어 올랐던 기대감은 대한민국 전체에 절망감과 슬픔으로 되돌아왔다. 먼저 핼러윈 참사로 인한 희생자와 유가족분들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현재는 사고 수습과 유가족분들에 대한 지원이 가장 최우선적인 일이지만, 한편으로 명확한 진상규명도 동반되어야 한다. 지난 광우병 사태와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사회는 각종 괴담과 음모론에 의한 사회적 혼돈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학습효과를 통해 우리사회의 자정능력은 어느정도 수준까지 축적됐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진영으로 완전히 양분되어 있는 현 상황에서, 합리적 의심이 완전히 제거될 때까지는 각종 괴담과 음모론의 사전 차단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대중은 본인들이 믿고 싶은 대로 믿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사고가 일어난 지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온라인 포탈과 커뮤니티 등에는 괴담성에 가까운 얘기들과 가짜뉴스들이 떠돌고 있다. 특히 걱정되는 부분은 제2의 세월호라는 트라우마성 괴담이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때도 진상규명에 시일이 걸린 점을 틈타, 일부 좌파진영 미디어를 중심으로 암초에 의한 좌초설, 미군 잠수함 충돌설, 국정원 개입설 등 온갖 괴담들을 쏟아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설상가상 인터넷상의 지라시성 루머를 넘어서서 오히려 제도권에서 더욱 부추기기도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014년 성남시장 재직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세월호가 국정원 소유’라는 황당한 주장을 했을 정도다. 이렇게 우리사회의 비극은 정파적 목적에 의해 2차, 3차 루머가 양산되며, 반대로 본질은 희석되는 더 큰 비극적 결과를 야기하게 되었다. 현재 각종 게시판에 떠돌고 있는 ‘경호로 인한 예년 대비 적은 경찰인력 배치’, ‘해당 골목의 일방통행 통제를 없앴기 때문’ 등의 가짜뉴스 또한 팩트 체크라는 이름으로 위장한 괴담들이다.

한편으로 광우병과 세월호 이후 괴담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보수진영도 이번에는 국민들이 선동되지 않을 것이라고 나이브하게 생각해서도 안되며, 믿고 싶은 대로 믿어서도 안된다. 본 사태의 원인에 대해 주로 보수진영 SNS상에 떠돌고 있는 특정 세력에 의한 마약사탕설, 독가스설 등의 루머들에 절대로 현혹되면 안된다. 단언컨대 이러한 루머들의 진원지는 오히려 보수진영이 아닌, 괴담 선동세력이 유포했을 가능성이 크다. 모든 루머는 의심에 의심을 먹고 자라기 때문이다.

양산된 의심은 사회적 불안감을 조성하고 정부에 대한 신뢰를 추락시켜, 커다란 국정 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럴 때일수록 자극적인 유언비어를 퍼 나르고 선동하는 SNS와 개인방송 등을 멀리하고, 정부의 발표만을 신뢰하는 이성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지금부터는 팩트(진실) 대 루머(거짓)의 여론전으로 확산될 것이다. 결국 괴담의 차단은 그 의심의 뿌리를 도려내야 한다는 점에서, 의심의 여지가 없는 진상규명과 철저한 팩트만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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