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간) 러시아 중부 군관구에서 운용하는 이스칸데르-M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군사시설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 제공 영상 캡처. /타스=연합
1일(현지시간) 러시아 중부 군관구에서 운용하는 이스칸데르-M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군사시설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 제공 영상 캡처. /타스=연합

러시아가 흑해함대 피격을 이유로 흑해를 봉쇄하면서 또다시 세계 곡물 시장이 요동치고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와 일부 아시아 국가들의 식량난이 가중될 조짐이 보인다.

A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주말 유엔 중재 식량 협정 중단을 선언하며 흑해를 다시 봉쇄하고 나섰다. 흑해의 항구들에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선박의 출항을 막은 것이다.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가 이 선언을 발표할 당시인 지난 주말 항구에는 200여척의 배가 곡물을 싣고 출항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월요일에 항구를 떠난 배는 기껏해야 열두어 척 남짓이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날 늦게 러시아 국방부는 러시아 흑해 함대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은 ‘용인할 수 없는 짓’라고 비난하며 해상 운송을 봉쇄했다고 말했다.

흑해에서의 곡물 운반선 운항은 매우 중요하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밀, 보리, 해바라기 기름과 기타 식품들을 아프리카, 중동,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미 기아로 허덕이고 있는 아시아의 일부 국가들에 공급하는 주요 글로벌 공급국이다.

러시아의 이 같은 조치는 세계의 식량 안보와 곡물가격 폭등에 대한 우려를 한층 부채질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의 곡물 협정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적대적인 양국 사이에 이루어진 매우 희귀한 협력 사례이다. 지난 7월 22일 유엔과 터키의 중재로 이루어진 이 협정으로 9백만톤의 곡물을 실은 397척의 선박이 흑해의 우크라이나 항구에서 안전하게 출항하는 것이 허용됐다.

이 협정 덕분에 세계 식량가격은 지난 3월에 찍었던 최고점에서 15% 가량 하락했다. 유엔 사무총장은 줄곧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에 이 곡물 협정이 11월 19일 만료되면 즉시 갱신할 것을 촉구해 왔다.

러시아의 곡물 운반선 운항 금지 조치로 당장 국제 곡물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 지난 월요일 시카고에서 선물 가격은 5%나 뛰었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 조셉 글라우버 수석연구원은 "세계 곡물 시장이 빡빡해지면서 기아선상에 있는 나라들의 곡물 수입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바실리 네빈지아 주 유엔 러시아 대사는 러시아가 소집한 유엔안보리 긴급회의에서 "흑해가 아직 적대적 지역으로 남아 있는 한 아무런 검사도 없이 선박 통행을 허용할 수는 없다"며, "러시아는 유엔과 우크라이나, 터키가 러시아의 사찰 없이 선박의 통행을 허용하기로 한 결정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러시아가 곧 자국의 동의도 없이 허용되고 있는 것들에 대한 통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라우버 전 미국 농무성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결국 개도국들은 새로운 곡물 공급원을 찾아야 할 텐데, 물 부족이 심한 미국, 아르헨티나, 호주 같은 나라들로부터 더 비싸게 사 올 도리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곡물 가격이 오르면 곡물 생산이 늘어 밀 수출국으로서의 존재감이 거의 없던 브라질이나 인도 같은 나라들이 수출량을 늘리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식량계획(WFP) 유통 파트너인 카톨릭구제회(Catholic Relief Services)의 숀 페리스 고문은 "또 한 번 충격파가 일 것이고, 한동안 곡물 가격을 상승시킬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동아프리카 물가가 가까운 미래에 내려가긴 글렀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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