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핼러윈데이 압사 사고 희생자 추모공간이 마련된 이태원역 1번출구에서 이태원 파출소가 보인다. 참사 당일 정부와 경찰의 대응 방식에 커다란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연합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최근 발생한 이태원 참사와 관련 경찰의 미흡한 대응 논란에 대해 "대단히 엄정한 수사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꼬집었다.

한 장관은 2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는 길에 이태원 참사 관련 취재진 질문에 이 같이 밝혔다.

전날 경찰청이 공개한 112 녹취록에는 지난달 29일 사고 발생 약 4시간 전부터 직전까지 참사 가능성을 경고하는 11차례 신고 내용이 포함됐다. 11건의 신고 중에서 실제 출동한 것은 4건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6건은 전화상담 후 종결, 1건은 불명확으로 처리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렇다 보니 경찰 지도부의 안일한 판단으로 사고를 막을 기회를 놓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잇따랐다. 또 경찰 보고체계 절차가 까다로워 중요한 사안을 경찰집단이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경찰 보고 체계는 관할 경찰서→시도경찰청→경찰청으로 돼 있는데 중요한 사건은 시도경찰청이 경찰청으로 보고하고 경찰청장까지 올라가는 셈이다. 그런데 뉴스1 보도에 따르면 경찰청은 이태원 참사 관련 보고를 최초 신고가 접수된 지 1시간 47분이 지나서야 보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태원 참사 전에 11차례 접수된 신고는 경찰청에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참사 당일 4시간가량 이어진 11번의 신고 녹취록에는 ‘압사’라는 단어가 13번 언급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2일 서울경찰청·용산경찰서·용산구청·서울시소방재난본부·서울종합방재센터·용산소방서·서울교통공사·다산콜센터·이태원역 등에 수사인력을 보내 참사 당일 112 신고 관련 자료와 핼러윈 경비 계획 문건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번 참사와 관련해 경찰이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한편 이날 법사위 회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최재해 감사원장 등이 참석했음에도 회의 시작 전 여야 간사가 이태원 참사 관련 법무부의 현안 보고 및 현안 질의와 관련한 의사일정에 합의하지 못했고,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회의는 결국 열리지 못했다.

여야는 대검찰청 사고대책본부(본부장 황병주 대검 형사부장)와 서울서부지검 비상대책반(반장 한석리 검사장) 등의 활동과 관련한 보고를 받는 데는 합의했지만, 이후 질의를 진행하는 데 대해서는 여당이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은 성명서를 통해 "지난달 31일 법사위 의사일정을 최종 협의하는 과정에서 오늘 예정된 전체회의시 이태원 참사 관련 현안 보고와 비공개 현안 질의를 실시할 것을 여당에 제안했는데, 현안 보고만 합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은 성명서에서 "현안질의는 소관 상임위인 행안위에서 해야 하지만, 법사위 현안질의를 오는 8일 개최하는 것으로 제안한 바 있다"며 "국민의힘이 법사위 현안질의 자체를 반대하는 것처럼 몰아가는 것 역시 대단히 유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고귀한 생명이 안타깝게 희생된 상황 속에 이를 정쟁으로 삼으려고 하는 민주당이 대단히 안타깝다"며 "법사위에는 이번 참사에 대해 직접적인 업무를 맡은 부처가 없다. 민주당이 일방 처리한 검수완박법으로 인해 검찰은 대형참사를 직접 수사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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