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또다시 대폭 인상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성명을 통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린다고 밝혔다. 한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연속으로 네 차례나 밟는 초유의 조처를 단행한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연 3.00∼3.25%인 미국의 기준금리는 3.75∼4.00%로 상승했다. 이는 최근 15년간 최고 수준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이 4.00%까지 오르면서 우리나라와의 금리격차도 1.00%포인트로 벌어져 자본 유출 등에 따른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특히 미 연준의 통화긴축으로부터 비롯된 달러 강세가 고환율·고물가·고금리의 3고(高)현상을 더욱 심화시켜 우리 경제의 하방 압력을 키울 수 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기준금리 인상 발표 직후 회견에서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줄일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며 "이르면 다음 FOMC 회의가 될 수도, 아니면 그다음 회의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해 속도 조절론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최종금리 수준은 지난번 예상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밝혀 앞서 미 연준이 제시한 내년 기준금리 4.6%를 넘어설 것임을 시사했다. 한마디로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기존 예상보다 다소 천천히, 하지만 더 높은 수준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갈 수 있다는 의미다.

미 연준의 이 같은 행보는 달러 강세를 더욱 부추겨 원·달러 환율의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월 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인 달러당 1400원까지 오른 뒤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6.4원 오른 1423.8원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장중 한때 1428.2원까지 치솟았다.

달러 대비 원화가치는 올들어 지난달 28일까지 16.37% 떨어졌다. 같은 기간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5.76% 올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번 미 연준의 자이언트스텝 단행은 강달러를 넘어 킹달러의 시대로 접어드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