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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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노랫말이 있다. 주로 정신적으로 힘든 일을 겪고 난 후 시간이 지나면 멘탈이 무너지기 보다 오히려 강해진다는 의미다. 서양 속담에 "강철은 때릴수록 단단해진다"고 하듯이. 맞는 말일까?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로 유추할 수 있는 정답은 '반반(半半)'이다.

이번 이태원 사고나 코로나 팬데믹과 같이 충격적인 일을 겪고 나면 어떤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더 강해지는데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많은 건 왜일까? 유전자나 천성 탓일까, 아니면 경험과 사회 환경 탓일까?

AP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수십 년간 학자들의 연구는 두 가지 모두 영향을 미치지만 그렇다고 그것들이 인간의 운명을 결정짓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한다.

학자들마다 서로 다른 정의를 사용하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심각한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능력을 ‘회복탄력성’이라고 말한다. 미국 심리학회(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의 정의로는 ‘사람들이 깨닫고 성숙해지도록 만드는 행동, 사고, 태도’이다.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회복탄력성이 약한 이유가 주로 유전자와 살아온 환경 때문이라는 것이다.

1990년대 중반에 이 분야에서 한 획을 그은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어린 시절 힘든 경험을 많이 한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육체적, 정신적 건강이 약한 성인이 된다. 요컨대 우리가 겪는 힘든 경험은 모두 나중에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

학자들은 왜 어떤 아이들은 힘든 경험에 대응하는 능력이 다른 아이들보다 더 취약한가를 밝히려고 수없는 연구를 진행해 왔다.

캘리포니아 소아과 의사이자 연구원인 토마스 보이스 박사는 자신의 가족력 때문에 이 문제에 더 천착(穿鑿)한 경우이다. 그와 두 살 아래인 여동생은 때때로 격동의 가정 형편 속에서 극도로 친밀했다. 그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보이스 박사의 삶은 축복을 받은 것 같은 반면, 여동생은 고난과 정신 질환에서 헤어나질 못했다.

연구를 통해 보이스 박사는 약 25%의 아이들이 스트레스에 대해 더 강하게 생물학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부류의 아이들은 뇌 속의 ‘투쟁-도피’ 반응과 호르몬 분비에서 과도한 활동이 일어나고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현실에서도 실제로 이러한 아이들이 스트레스가 많은 가정 환경에서 자랄 때 신체적, 정신적 문제를 더 많이 겪는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이 극도로 예민한 아이들이 부모로부터 제대로 된 양육과 지원을 받으면 스트레스를 잘 극복할 수도 있다고 보이스 박사는 말한다.

버지니아 커먼웰스 대학에서 외상성 스트레스와 유전학을 연구하는 아난다 암스타터 연구원은 자신의 연구 결과로 볼 때 "스트레스 회복탄력성은 대체로 절반은 유전자, 절반은 환경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단 하나의 회복탄력성 유전자라는 건 없다"며, 여기에는 많은 유전자가 관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역경을 극복하는 방법을 연구해 온 뉴욕 마운트 시나이 의료 시스템의 데니스 샤니 학장은 단호히 "유전자는 운명이 아니다"라고 단호히 말한다.

트라우마는 불안과 공포를 조절하는 핵심 뇌 시스템의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심리치료와 정신의학적 약물은 때때로 심각한 트라우마와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이에 더해 샤이니 학장은 "사랑하는 가족, 강한 친구 관계, 그리고 학교 생활에서 얻는 긍정적인 경험이 특히 나쁜 경험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트라우마를 가져오는 아픈 사건을 겪더라도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개인과 사회, 그리고 국가가 되는 데는 가족과 공동체의 끈끈한 유대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은 기억해 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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