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무엇을 하지 말라’고만 할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안문화’ 제시해야

곽성규
곽성규

156명의 꽃다운 대한민국의 생명들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지난달 29일 이태원 ‘핼러윈Halloween) 축제’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로 대한민국 국민 전체가 슬픔에 잠겼습니다. 사고의 원인은 현장에 존재했던 다수의 건축법 위반 건축물이나 경찰의 부실 대응 등에 일부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필자는 크리스천과 교회의 입장에서, 근본적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었던 ‘핼러윈 데이’를 건전하고 안전한 대안문화로 적극적으로 대체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핼러윈 데이는 원래 미국 전역에서 매년 만성절(가톨릭에서 모든 성인을 기념하는 축일) 전날인 10월 31일, 유령이나 괴물 분장을 하고 즐기는 축제로, 기원전 약 500년 고대 아일랜드 켈트족의 풍습인 ‘삼하인’ 축제에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11월 1일을 새해 첫날로 기념하는 켈트족은 죽은 사람의 영혼이 1년 동안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간다고 믿었고, 이를 막기 위해 귀신 분장을 하던 것이 지금의 핼러윈 데이 분장이 된 것이죠.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었던 핼러윈 데이는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통해 서서히 우리나라에도 전파됐습니다. 이태원을 중심으로 핼러윈 데이를 즐기는 젊은이들이 2010년대 초부터 증가했고, 영어학원 등을 시작으로 대중화 됐죠. 요즘엔 어린이집에서도 핼러윈 데이에 아이들에게 귀신·해골·마녀 분장을 시키거나 옷을 입히는 곳이 많습니다. 이러다보니 귀신과 유령을 퇴치나 부정의 대상이 아니라, 친숙의 대상으로 오해할 소지가 생깁니다. 성인들에게도 핼러윈 데이가 단순히 서양에서 유입된 전통 문화로 인식되지만, 사실 이 축제엔 '무서운 사실'이 숨겨져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핼러윈 때마다 유아납치, 살인 등의 사건이 급증합니다. 지난해에는 핼러윈 데이가 낀 주말에 총기 난사 사건이 연쇄적으로 발생했습니다. 일리노이주 핼러윈 파티 현장에선 14명이 죽거나 다쳤고, 핼러윈 전야에 미국 전역에서 총격 사건으로 50명이 넘는 사상자가 나와 충격을 줬습니다. 또 일본에서는 핼러윈 데이때 악당 '조커' 복장을 한 20대 청년이 지하철에서 흉기를 휘두르며 인화성 물질을 뿌린 뒤 불까지 질러,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술에 취해 벌이는 폭행 시비, 성추행과 절도 등 해마다 전세계의 핼러윈은 사건·사고로 얼룩지기 일쑤인 ‘무서운 축제’입니다.

이 때문에 핼러윈 데이는 미국에서 점점 약화되고, 건전한 대안문화인 ‘홀리윈 데이(Holy Win Day)’로 점점 대체되고 있는 분위기 입니다. 주로 크리스천들이 주축이 되어 교회 건물이나 대학 캠퍼스를 개방하고, 놀이기구 등을 설치해 아이들과 가족들을 끌어모으고,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해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고 있습니다. 또한 핼러윈 데이가 열리기 몇 주 전부터 왜 핼러윈 데이를 배척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알리며, 홀리윈 데이 행사 참여로 유도해 가족들과 지역 주민들이 건전한 문화속에서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꼭 크리스천이 아니더라도, 악하고 불건전한 세상 문화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기 원하는 부모들로부터 홀리윈 데이는 많은 호응과 관심을 얻고 있습니다.

물론 이번 한국의 이태원 사고는 많은 인파가 좁은 골목에 모여 발생한 압사 사고이긴 하지만, 해외의 사례처럼 핼러윈 데이가 가진 여러 위험성을 함께 내포하고 있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런면에서 한국 교회가, 크리스천들이 ‘할로윈 데이’를 이길 수 있는 ‘홀리윈 데이’ 문화를 더욱 적극적으로 펼쳤다면 이태원에 더 적은 인파가 모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교회는 세상의 파송된 하나님의 제사장으로써, ‘무엇을 하지 말라’고만 할게 아니라, ‘이것은 위험하니 이것보다는 이것을 하자’는 대안문화를 적극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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