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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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亂場)판이란 말은 조선 후기 과거장에서부터 유래됐다. 당시 20만 한양 인구보다 더 많은 전국 유생들이 몰려들었다. 시험장 앞자리 경쟁 난투극은 물론이고 술 파는 장사치와 왈패들이 득실거렸다. 과거장 내부는 한마디로 난장판이었다.

대한민국 건국부터 박정희 정권 시기까지,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오래 근무했던 핸더슨(Gregory Henderson)은 저서 <소용돌이 속 한국정치>에서 권력을 향한 한국인의 고질적인 파당적 쏠림현상을 지적했다. 1968년에 출판된 이 저서가 21세기에 다시 회자되는 이유는, 권력을 장악했던 문 정권의 반(反)대한민국적 통치행위가 성리학적 조선시대와 연결되는 파당적 진영 대결 양상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국민의 선택으로 정권은 바뀌었는데도, 대한민국 통치기능은 아직도 문 정권 때 임명된 좌파진영이 틀어잡고 있다. 그 결과 사회 전반에 걸쳐 통치시스템의 균형이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특히 검수완박에 동조했던 경찰권력의 무능과 무질서는 그 도가 지나쳐, 결국 이태원 핼러윈 축제 사고로까지 이어졌다.

당일 삼각지에서 벌어진 윤석열 정권 퇴진 시위와 이태원 축제가 교묘히 연결되는 악마적 기획력이 더불어민주당과 촛불행동본부 사이로부터 교감된다. 아니나 다를까 이들은 이태원 사고를 이재명 대표에 대한 사정정국을 무마시킬 절호의 기회로 삼고 있다. 주한 미 대사를 만난 이 대표의 얼굴에 희색이 넘쳐난다. 민주당과 이 대표가 연일 국정감사를 외치는 가운데, 안보와 경제위기는 덤으로 뻥튀기하며 윤 정권 퇴진운동 대국민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

이제 이들은 슬픔에 잠긴 유족들을 흔들어 대정부 소송을 진행할 것이고, 희생자 추모를 빌미로 정권 퇴진 촛불난장을 쇠심줄처럼 이어갈 것이다. 이미 구글을 비롯한 포털 엔진 초기화면에 세월호를 연상시키는 검은 리본이 걸려있는 가운데, 사정정국 타파 구호는 무능정권 퇴진으로 바뀌었다.

윤 대통령은 철저한 조사를 기반으로 책임있는 관계자들을 엄벌해 이태원 사고를 조기에 마무리해야 한다. 그리고 이 대표를 신속히 사법처리함으로써, 악령들의 촛불난장 기동 전 예봉을 단칼에 끊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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