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와 가전의 부진 속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전장 부문이 3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광주광역시 소재 삼성전자 협력회사의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와 가전의 부진 속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전장 부문이 3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광주광역시 소재 삼성전자 협력회사의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삼성전자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반도체와 가전 부문의 성적이 부진한 반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전장사업은 상반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아픈 손가락 취급받던 전장사업이 올해 3분기 호실적을 올리며 효자로 거듭난 것이다. 전장은 자동차의 전기·전자 장비를 통칭한다. 최근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시장의 호조세에 힘입어 전자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급부상하고 있다.

6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전장 부문은 나란히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이 호황기에 접어들면서 양사의 실적이 큰 폭 개선된 것이다.

삼성전자의 전장 부문을 책임지는 하만 인터내셔널의 3분기 매출은 3조63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1% 상승한 것으로 삼성전자가 하만 인터내셔널을 인수한 이래 최대 실적이다. 최근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고객사의 주문 물량이 늘면서 실적 반등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의 전장사업 역시 전년 동기보다 45.6% 상승한 2조3454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종전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정보 전달 기능에 오락성을 더한 시스템인 인포테인먼트, 전기차 동력 전달장치인 파워트레인, 차량용 조명 등 전기차 전용 제품의 매출 성장과 지속적인 원가 개선 노력이 호실적을 견인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장사업이 실적 효자로 등극한 배경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구광모 LG전자 회장의 통찰력과 과감한 결단도 한몫 했다. 이 회장과 구 회장은 일찌감치 전장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선정, 수조원 대의 대규모 투자를 이어왔다.

이 회장은 지난 2016년 미국 전장업체인 하만 인터내셔널의 인수·합병(M&A)을 진두지휘했다. 당시 이 회장은 M&A를 위해 9조4000억원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다만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전장사업이 삼성그룹의 미래 먹거리의 한 축을 담당할 것이라는 이 회장의 결단에 물음표가 달렸다.

하지만 하만 인터내셔널이 호실적을 내면서 상황이 급반전되는 모양새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하만 인터내셔널이 주력으로 하는 ‘디지털 콕핏’ 기술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콕핏은 디지털화된 자동차 운전석을 말한다. 자동차 내부 공간을 단순한 운전·운송 기능을 넘어 업무·여가 활동으로 확장 시킬 수 있는 미래차 기술의 핵심으로 꼽힌다.

LG전자는 지난 2018년 구 회장이 조타수에 오르면서 가전에 쏠려있던 회사의 중심축을 전장으로 옮기는 묘수를 뒀다. 특히 26년간 키워온 스마트폰 사업을 접고 오스트리아의 차량용 헤드램프 전문업체인 ZKW 인수를 시작으로 그룹 역량을 전장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세계 3위 자동차부품 업체인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합작법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설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업계에 따르면 LG전자가 전장사업에 투자한 금액만 4조5000억원에 달한다.

향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전장사업 매출은 고속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글로벌 전장 시장 규모는 2024년 567조7600억원에서 오는 2028년 993조5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장과 구 회장의 선택이 틀리지 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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