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서울 용산경찰서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 관계자가 청사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
2일 오후 서울 용산경찰서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 관계자가 청사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

서울 용산경찰서 내에서 ‘핼러윈으로 이태원 일대에 인파가 몰려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취지의 내부 보고서가 작성됐다가 참사 이후 삭제된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참사 당일 압사 신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112와 기동대 추가 배치를 하지 않은 경비 문제뿐 아니라, 일선에서 상황 정보를 보고받고도 이를 간과한 용산경찰서의 ‘정보 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용산경찰서가 ‘정보 실패’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경찰 인력을 출동시키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돼는 상황이다.

6일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용산경찰서 용산경찰서 정보관들은 핼러윈을 앞두고 이태원 일대에 인파가 몰려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내용의 정보보고서를 작성했으나 참사 이후 삭제됐다. 이런 내용의 보고서는 서울경찰청을 비롯한 상부에 전달되지 않았다. 사고 이후 보고서 삭제는 용산서 정보과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과 간부가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정보관을 회유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태원 참사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2일 용산서 정보과를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정황을 파악했다. 특수본은 용산서 정보과 간부들이 일선 정보관들의 안전사고 관련 보고를 묵살한 책임을 피하기 위해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앞서 용산서 정보과가 참사 사흘 전인 지난달 26일 예상을 뛰어넘는 인파가 몰려 안전사고 우려가 있다는 보고서를 한 차례 내부망에 등록했고 이는 서울경찰청에 제출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서울경찰청은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규모와 문제의 수준으로 이미 ‘용산서 종합치안대책’에 반영돼 추가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참사 당일 경찰의 늑장 대응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사고 발생 가능성을 알리는 내부 보고가 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자료를 삭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전여옥 전 의원도 참사 당일 경찰의 대응이 단순한 ‘태만’이 아닐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전에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보고서가 있음에도 이를 묵살한 것을 감추기 위해 사전 정보를 획득하지 못한 것처럼 고의적으로 대응했다는 취지다.

전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늑장 보고와 업무 태만으로 대기발령 조치 및 수사대상에 오른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을 겨냥해 "대기발령 난 이임재 용산서장, 진짜 이상하다"면서 "이임재는 지난 토요일 밤 이태원파출소 옥상에서 (이태원 사고) 현장을 내려다봤다는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전 전 의원은 "현장은 바로 이임재의 코 앞 겨우 95m 거리였다. 전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이미 그 시간에 ‘난리’였는데 왜 가만있었을까"라며 "설마 ‘쿼바디스’ 네로황제처럼 불타는 로마시내 구경하듯 ‘이태원 참사편’을 구경만 한 것일까"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신고는 4시간이 넘도록 뭉개졌다. 대체 이들은 왜 하나같이 ‘이태원 사고 신고’를 묵살하다시피 했을까"라며 "이임재는 그 다음날 윤석열 대통령이 현장에 왔을 때야 겨우 모습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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