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옴시티는 사우디아라비아가 710조원을 투입해 홍해와 인접한 사막과 산악지대에 서울의 44배 크기로 스마트 도시를 짓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네옴시티의 첨단산업단지 옥사곤. /네옴
네옴시티는 사우디아라비아가 710조원을 투입해 홍해와 인접한 사막과 산악지대에 서울의 44배 크기로 스마트 도시를 짓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네옴시티의 첨단산업단지 옥사곤. /네옴

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초대형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인 ‘네옴시티’의 수주전을 앞두고 출사표를 던졌다. 710조원이 걸린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주도로 사우디아라비아 북서부 홍해 인근 사막·산악지대에 서울의 44배에 달하는 2만6500㎢의 스마트시티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건설뿐 아니라 원전·방산·정보통신기술(ICT) 등을 하나로 묶은 패키지 세일즈 전략을 통해 침체기에 빠진 한국 경제에 ‘제2의 중동붐’을 일으키겠다는 목표다.

사우디의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사우디 비전 2030′의 핵심 프로젝트다. 미래 석유자원의 고갈을 대비해 석유에 의존해온 자국 경제를 첨단 제조업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경제 다각화 정책이다. 네옴시티는 높이 500m, 길이 170㎞에 이르는 자급자족형 직선 도시인 ‘더 라인’과 바다 위에 떠 있는 팔각형 첨단산업단지 ‘옥사곤’, 친환경 산악 관광단지 ‘트로제나’ 등 3개로 구성된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3개 도시를 오로지 그린수소·원전·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로만 가동한다는 구상이다. 2030년까지 4~5차례에 걸쳐 차례대로 발주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의 물밑 수주전도 치열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도시에 필요한 교통·통신·에너지 시설 등 인프라 사업 관련 입찰이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의 더 라인 터널공사 수주에 성공했다. 한국 기업 가운데 첫 스타트를 끊은 셈이다. 이를 시작으로 우리 기업들에 모빌리티·스마트팜 등 다양한 부문의 수주 러시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건설뿐 아니라 수많은 도시 인프라 사업도 예상됨에 따라 최근 정부는 국내 22개 건설·모빌리티·ICT 기업과 민관 합동으로 ‘원팀코리아’로 이름 붙인 수주 지원단을 구성, 제2의 중동붐을 위해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는 6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사우디아라비아 교통부, 주택부, 대중교통공사 등 현지 정부의 주요 인사와 발주처를 초청해 네옴시티 수주를 위한 한-사우디 혁신 로드쇼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원희룡 장관은 "건설은 물론 한국이 강점을 가진 문화, ICT, 원전 등 다양한 분야를 패키지로 묶어 수출하고, 발주처의 수요에 맞는 시스템과 콘텐츠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유럽, 중국, 인도 등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건설 일변도 전략만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이목을 끌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원팀 코리아를 구성하는 22개사 가운데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GS건설 등 건설사 11곳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ICT·모빌리티·스마트시티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특히 ICT분야에는 네이버랩스와 KT 등 4곳이 참여한다. 모빌리티는 모라이와 토르드라이브 등 2곳이 뛰어들었다. 아울러 스마트시티·스마트팜 업체도 5곳이 참여했다.

이날 행사에서 살레 빈 나세르 알 자세르 사우디아라비아 교통물류부 장관은 국내 중소·스타트업 기업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나세르 알 자세르 장관은 "IT, 블록체인 등 최신 기술을 소개하는 중소·스타트업의 발표가 인상 깊었다"면서 "혁신 기술을 보유한 중소·스타트업이 사우디아라비아에 기술을 적용할 기회를 더 많이 포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 기술을 가진 국내 중소 스타트업에도 기회가 확대되는 셈이다.

당초 나세르 알 자세르 장관은 국내 기업 6곳의 기술 발표 가운데 2곳만 듣고 자리를 옮겨 원 장관과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행사 도중 6개 기업 발표를 모두 듣고 싶다고 요청하면서 양자 면담이 뒤로 미뤄지기도 했다.

앞서 정부는 네옴시티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4000억원 규모의 플랜트·인프라·스마트시티(PIS) 펀드를 조성해 금융지원에 나섰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우리나라의 해외 건설시장 비중 1위 국가다. 국내 건설업계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처음 진출한 해는 1973년으로 이후 49년간 1557억 달러의 공사를 따냈다. 원팀코리아는 8일 네옴시티 현장 방문으로 수주지원 활동을 마칠 예정이다. 원 장관은 네옴시티 최고경영자(CEO) 면담을 통해 국내 기업의 참여 방안을 논의하고 정부의 협력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명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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