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차인표가 장편소설 <인어사냥>을 출간했다. 먹으면 천년을 살 수 있는 언어기름, 이를 둘러싼 인간들의 욕망에 관한 이야기다. 그가 추구해 온 ‘글로 읽는 영화’ ‘한국형 판타지’의 한 성과를 보여준다. /교보문고

데뷔 29년차 배우 차인표(55)가 장편소설 ‘인어사냥’(해결책 272쪽)을 출간했다. 먹으면 천년을 살 수 있다는 인어 기름, 그것을 차지하려는 인간들의 욕망에 관한 이야기다. 판타지 영화 한 편을 떠올리게 한다. 집필의 계기는 조선시대 문신 유몽인(柳夢寅, 1559~1623)의 ‘어우야담’ 속 설화였다. "조선의 어부에게 잡힌 인어는 흰 눈물을 비처럼 쏟으며 울었다고 한다. 행위보다 내면을 강조한 이 한 문장에 연민이 생겼다. 내 경우, 연민이 생겼다는 것은 글을 쓸 가치가 생겼음을 의미한다."

김지훈 감독이 극찬하고 나섰다. "‘글로 쓴 영화’가 뭔지 알려주는 놀라운 작품이다", "당장 영화로 만들고 싶다." 수년간 자료를 수집하던 차 작가는 강원도 통천 지역의 사라진 독도 강치에서 결정적인 영감을 얻었으며, 그간의 구상을 발전시켜 신비롭고 독특한 이야기로 완성했다. 새로운 한국형 판타지아를 구축하고자 역사기록과 구전설화에 천착한 작가의 노력이 빛난다. 일관되게 표방해 온 "글로 쓴 영화"의 꿈도 이룬 셈이다.

1902년 강원도 통천 인근의 외딴섬 어부인 덕무는 처자식 세명과 가난하지만 따스한 정을 나누며 살아간다. 어느 날 아내가 이름 모를 병으로 급사하고 딸(영실)마저 폐병에 걸려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았다. 그런 덕무를 찾아온 공 영감이 정체불명의 기름 한 방울을 먹이자 딸의 고통이 바로 사라진다. 공 영감네 조상 대대로 내려온 ‘인어 기름’이었다. 덕무는 영실의 병을 고치려 인어를 찾기 위해 공 영감과 흑암도로 향한다. 사람과 흡사한 기괴한 생명체 인어, 이를 둘러싼 인간의 뒤틀린 욕망을 묘사한 부분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영화들처럼 몽환적이다.

차인표가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1994년 첫 주연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 성공 때부터다. 이후 약 30년 연기자로서의 인지도, 건실한 가장·신앙인으로서 신뢰를 함께 쌓았다. 드라마 ‘불꽃’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영화 ‘목포는 항구다’ ‘크로싱’, ‘차인표’ 등이 대표작이다. 예능 프로그램과 강연, 나눔·구호 등 광범위한 활동을 이어온 그가 2009년 첫 장편 <잘가요 언덕>로 소설계에 입문해 화제를 모았다. 장편 <오늘예보>(2011)와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잘가요 언덕 개정판 2021)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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