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원 참사 '상식밖 대응' 이유 있었다

20여년전 수사권 독립 모임 '폴 네티앙' 노사모 결합하며 변질
정치색 강해지며 호남·경찰대 출신 중심 '비밀 결사 조직'으로
검수완박 지지·행안부에 항명도...제거 안 되면 국가치안 위협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59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앤틱가구거리를 뒷짐진 채 걷고 있는 이임재 당시 용산경찰서장의 모습. /연합뉴스 TV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59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앤틱가구거리를 뒷짐진 채 걷고 있는 이임재 당시 용산경찰서장의 모습. /연합뉴스 TV

윤석열 대통령은 7일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경찰을 질타했다. 경찰이 이태원 압사사고 당시 아비규환 상황을 4시간 동안 지켜보고만 있었다고 윤 대통령은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이태원 압사사고 당시 일선 경찰서가 현장 정보를 모른다는 건 상식 밖"이라며 경찰을 질타했다.

이를 두고 윤석열 정부가 경찰 개혁·쇄신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개혁·쇄신의 대상은 경찰 전체가 아니라 ‘경찰 사조직’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경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노사모와 손잡으면서 정치색 띄게 된 경찰 내 사조직

경찰 내 사조직의 시작은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조직은 처음에는 ‘폴 네띠앙’이란 이름의 ‘경찰 수사권 독립’을 위한 일선 경찰 모임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 모임은 이후 경찰들이 계급을 떠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하는 곳이 됐다. 그러나 2002년 12월 대선을 전후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 세력이 이 모임과 접촉하면서 강한 정치색을 띈 조직으로 변질됐다. 정치 성향 조직으로 진화하면서 반공개 조직인 ‘폴 네띠앙’은 그냥 두고 핵심들만 빠져나와 비밀결사 형태가 되었다고 한다.

사조직과 관련해 경찰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은 "정치색이 강해진 이 모임은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경찰대 졸업생 가운데 호남 출신이 핵심인 비밀결사조직이 됐다"고 귀띔했다. 이후 이 사조직을 주시하는 사정기관은 있었다. 하지만 이들을 견제하는 목소리나 움직임은 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이 조직은 다시 정치색이 빠지고 평범한 친목모임으로 변했다. 하지만 그동안 정치색을 띄고 활동했던 경찰들은 사조직을 벗어난 뒤로도 주요 요직을 장악한 채 서로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사조직 출신들, 2020년 총선 때 국회 입성

경찰 사조직에서 활동하다 국회에 입성한 사람도 있다. 경무관급 직위를 마지막으로 경찰을 떠난 A의원과 B의원이다. 이들은 의원이 된 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을 적극 지지했다. 또한 행정안전부 경찰국 설치에도 반대하며 검찰개혁을 외쳤다.

지난 7월 이들 의원들의 부름에 화답하듯 경찰국 설치에 반발해 일어난 ‘총경 집단행동’ 또한 이 사조직과 연관이 있는 ‘총경’들의 행동이었다고 경찰 소식통은 전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경찰청과 각 지방경찰청, 전국 경찰서의 주요 요직은 아직도 이 사조직 출신들이 잡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사조직 출신들 있는 한 이태원 압사사고 등 수사 잘 안 될 것"

소식통은 그러면서 "이 사조직 출신 고위급 인사가 마약수사를 총괄하는 보직을 맡고 있는데 심각한 문제"라면서 "윤석열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는 마약수사는 제대로 된 성과를 못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조직 출신들이 거의 모든 경찰기관 요직을 장악하고 있는 한 수사는 제대로 안 될 것이다. 지금 이태원 압사사고도 경찰이 셀프 수사 중이지 않느냐"며 "윤석열 정부가 경찰 혁신 차원에서 사조직 출신들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와 ‘정리’를 하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나라 치안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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