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환
최성환

요즘 거리에는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의 마스크를 옷과 매칭해 쓰고 다니는 젊은 남녀들이 많다. 이들에게 마스크는 남들의 시선을 의식한 패션의 일부다. 하지만 반대로 남들의 시선이 무서워 쓰는 사람들도 많다.

한국에서 마스크 착용은 여전히 자율이 아니라 통제 대상이다. 마스크 미착용자는 버스나 지하철을 탈 수 없고, 카페 등에도 ‘마스크 미착용자 출입금지’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는 미착용자뿐만 아니라 코나 입의 일부가 노출되도록 마스크를 쓴 사람도 경고 대상이었다. 자신이 준법정신의 분신이자 정의의 사도인 것처럼, 남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강요하는 무례한 이들도 많았다. 한국의 마스크 착용 정신은 종교적 신앙 수준이다. ‘안 쓰면 지옥, 쓰면 천국’이라던가?

마스크는 코로나나 독감 바이러스 자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지는 못한다. 대신, 자신의 입이나 코에서 이물질과 함께 튀어나오는 바이러스 오염물질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는 것을 방지한다. 타인을 위한 배려일 뿐이다. 이런 기능을 하는 마스크를 쓰거나 말거나는 개인의 양심과 자율에 맡겨야 할 일이다. 안 쓰는 사람을 구박하는 것이나 쓰는 사람을 멸시하는 것 모두 잘못된 시민의식이다.

하지만 슬슬 찬바람이 불면서 기관지 천식이 있는 사람, 찬 공기에 호흡기 노출을 막는 것이 좋은 고령자들,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것은 옳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강제 마스크 착용 행태가 원리주의적 보수 종교국가 이란에서 벌어지고 있는 강제 히잡 쓰기와 닮은 꼴로 보이는 것은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스크가 K-방역이라는 시대착오적 종교의 상징물로 남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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