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중인 김연경 불러 앉힌 文··· 언론 문제의식 없다
시즌 중인 김연경 불러 앉힌 文··· 언론 문제의식 없다
  • 더 자유일보
  • 승인 2017.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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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밤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중 문화교류의 밤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고 있는 배구선수 김연경 씨(왼쪽 첫번째). 상하이 구오후아 라이프에서 뛰고 있는 김 선수는 이날 행사를 위해 시즌 중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날아와야 했다. 팀으로 돌아간 김 선수는 결국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청와대 제공=연합뉴스
지난 14일 밤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중 문화교류의 밤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고 있는 배구선수 김연경 씨(왼쪽 첫번째). 상하이 광밍 유베이에서 뛰고 있는 김 선수는 이날 행사를 위해 시즌 중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먼 거리를 날아와야 했다. 청와대 제공=연합뉴스

[자유언론 미디어비평 그룹]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은 세계 외교사나 언론사에 길이 기록될 것이다. 중국의 심한 결례는 정상적인 외교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 사이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 경호 인력들이 사진 취재진을 마구 두들겨 팬 것은 전대미문의 일이다.

중국은 여전히 후진 독재국가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나라를 대하는 한국 정부는 한 가닥 배알조차 없어 보였다. 문 대통령의 국빈 방중은 대한민국의 국가 품격과 국민의 자존심을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방문 성과를 홍보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심한 수모를 당하면서도 국내 팬들을 위한 이벤트를 자랑하기에 바빴다. 중국은 국빈방문의 기본과 상식을 무시하고 철저한 보도 통제를 했다. 그 때문에 만찬의 메뉴조차 하루 뒤에야 알려졌다. 그러나 국내를 향한 청와대의 홍보 활동은 재빨랐다.

만찬에는 송혜교 등 연예인들이 다수 참석한다고 미리 알렸다. 만찬이 끝나자마자 문 대통령 부부와 그 연예인들이 함께 찍은 사진이 바로 공개됐다. 국내 언론은 일제히 그것을 보도했다. 말썽 많은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의 기획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나라가 어떤 수모를 겪든 대통령 부부의 국내 관심 끌기에는 성공한 것으로 보였다.

참석자 가운데는 세계 최고의 배구 선수로 꼽히는 김연경도 있었다. 중국 상하이 광밍 유베이 소속의 김연경 선수는 자신의 SNS에 “초대해 줘서 감사드린다. 영광스런 자리였다”고 밝혔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그러나 한국 언론 어디에서도 김연경 선수가 과연 그 자리에 갔어야 했는지, 아무리 홍보도 중요하지만 청와대가 김연경 선수까지 끌어들여야 했는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시즌 중에 있는, 곧 시합을 앞둔 선수를 그런 행사에 부르는 것이 옳은 일인가? 김연경 개인이야 그야말로 ‘영광’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엄청난 돈을 받고 외국에서 뛰는 선수가 국빈만찬이라고 하지만 팀을 떠나 연습에 빠지면서 정치 행사에 가는 것이 적절한 행동인가? 한국 정부는 선수와 팀의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서 그런 행위를 했는가? 배구 실력으로 세계적 국위선양을 하고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김연경 선수를 국빈만찬에 동원하는 것이 정권 홍보 이외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러한 동원을 보면서 언론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다음의 경우와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 2001년 5월 미국 프로 농구 토론토 렙스터의 빈스 카터 선수는 미국 언론의 상당한 비판을 받는 ‘사건’을 일으켰다. 필라델피아 세븐티 식스즈와의 플레이오프 마지막 7차전을 앞두고 대학교 학위수여식에 참석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후계자로 꼽히던 스타였다. 그는 6차전에서 39점을 넣으며 팀을 7차전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3학년을 마치고 프로로 뛰어든 뒤 여름 학기 수강을 하면서 과정을 마친 카터는 감독과 선수들에게 “어머니와 약속을 지켜야 한다. 나의 인생에서 교육은 가장 중요한 것이다.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잠시 팀을 떠날 것”이라고 통보했다. 감독 등은 엄청난 욕을 먹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카터는 시합 날 아침 구단주의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필라델피아에서 모교인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로 떠났다. 그가 오전 10시에 열린 졸업식에 머문 시간은 단 20분. 다시 비행기를 타고 돌아온 시각은 오후 1시. 경기는 5시 반에 시작되었다.

6차전과는 달리 7차전에서 부진했다. 20점 득점에 그쳤다. 특히 종료 직전 역전을 노리며 던진 마지막 3점 슛이 불발하면서 팀이 지고 말았다. 온갖 비난이 그에게 쏟아졌다. 졸업식에 참석하느라 컨디션 조절에 실패해 팀을 구하지 못했다는 것. 아무리 졸업식도 중요하지만 시합을 앞둔 프로 선수, 팀의 최고 선수로서 적절한 자세는 아니라는 것이다. 개인을 위해 팀을 희생하는 너무 이기적인 행동을 했다는 것이 비판의 골자였다. 과연 그가 졸업식에 가지 않았으면 더 많은 득점을 했을까? 결국 뉴욕타임즈가 “교육을 소중히 여기는 그의 행동은 청소년이 본받을만 하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격렬했던 논란은 잦아들었다.

카터의 경우에서 보듯 시합을 앞둔 프로 선수의 움직임 하나하나는 초미의 관심사이다. ‘교육’이라는 숭고한 일이었다 하더라도 팀 스포츠에서 개인적 행동을 언론은 그대로 두지 않았다.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다. 프로 선수들이 시합을 앞두고 술이라도 먹는 장면이 목격되면 언론의 뭇매를 맞는다.

김연경 선수는 국빈참석 며칠 전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 제목은 “12월 6700km 지옥의 원정.” 그는 “험난한 원정길을 앞두고 마음이 편치 못하다. 선수 모두 시즌 초반보다 더 훈련에 집중하는 흐름과 분위기”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체력과 어깨 부상의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8승 무패를 달리던 김연경의 팀은 9일 1패를 당했다. 그리고 국빈만찬 이틀 뒤에 시합을 갖기로 되어 있었다. ‘지옥의 원정’에서 연패를 막아야 하는 팀의 사정은 상당히 절박했을 것이다. 김연경은 팀의 에이스답게 부상을 추스르고 컨디션을 제대로 만들어야 했을 것이다. 그는 우승의 열망을 이뤄줄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형편이 아닌가. 인터뷰를 읽으면 김연경은 도저히 다른 곳에 신경을 써서는 안 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김연경은 국빈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1-2일 훈련을 중단하고 팀을 떠나야 했을 것이다. 장거리 이동에다 철저한 경호 등 행사의 성격상 상당한 정신적, 육체적 부담을 안고 돌아왔을 것이다. 지옥 원정길에 나섰다는 팀의 최고 연봉선수로서 과연 적절했는가. 그렇게 선수를 내주어야 하는 팀은 괜찮은 것인가.

도대체 어느 나라 정부가 시즌 중 프로 선수를 국가적 행사라며 불러낸 적이 있는지는 과문 탓인지 들어 본 적이 없다. 스포츠 대국인 중국이 이번 국빈만찬에 시즌 중의 스포츠 스타를 불러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김연경 선수가 정부의 초청을 거절하거나 거부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설사 불만이 있더라도 내뱉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면 언론이 나서서 정부의 무리한 동원을 비판하고, 선수 김연경을 위한 항변을 해 주어야 하지 않는가. 종합지 등은 말할 것도 없고 그 많은 스포츠 매체에서도 단 한마디 하지 않았다. 무지나 무신경의 결과인가. 아니면 문 정부가 하는 일은 무조건 잘 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인가. 김연경 기사의 댓글은 이른바 ‘친문’들이 훌륭한 일을 했다고 칭찬일색이다.

시합을 앞둔 시즌 중 선수를 정치 행사에 불러내는 것은 선수나 팀에 대한 일종의 폭거이다. 대통령의 행사이니까 괜찮다는 것인가. 후진 독재국가에서나 일어날 부끄러운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고 비판하지 않는 언론도 부끄러운 존재이기는 마찬가지다.

jayooilbo@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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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o 2017-12-18 22:30:18
광고 후원도 가능 한지 알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