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사태로 해외 채권시장을 통한 보험사들의 자금조달이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흥국생명 본사 모습. /연합
흥국생명 사태로 해외 채권시장을 통한 보험사들의 자금조달이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흥국생명 본사 모습. /연합

올해의 호실적과 별개로 국내 금융지주의 부도 위험은 오히려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에 레고랜드·흥국생명 사태 등 일련의 악재가 자금시장 경색을 가속화하면서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국내 금융지주의 부도 위험도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8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등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평균은 75bp(1bp=0.01%포인트)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의 22bp와 비교하면 3배 넘게 상승한 것이다.

하나금융지주의 CDS 프리미엄이 지난해 말 22bp에서 77bp로 올랐고, KB금융지주는 22bp에서 75bp, 우리금융지주는 22bp에서 77bp로 각각 상승했다. 신한금융지주의 CDS 프리미엄은 24bp에서 73bp로 뛰었다. 금융지주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지난 4일 기준 CDS 프리미엄은 2017년 말 이후 약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 신용파생상품이다. CDS 프리미엄이 높다는 것은 해당 채권의 부도 위험이 높다는 의미다. 국내 금융지주의 CDS 프리미엄은 올해 상반기 50bp대로 상승했다 8월 30bp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9월 다시 40bp대로 올라선 뒤 본격적인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4대 금융지주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은 13조8544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개별 금융지주별로도 3분기 누적 수익이 역대 최대를 달성했다.

이처럼 사상 최대의 수익 달성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지주의 부도 위험이 높아진 것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급격히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시중은행 차주의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커지고, 이것이 금융지주의 CDS 프리미엄에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난 9월 강원도 레고랜드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채무불이행 사태에 이어 최근에는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조기 상환 불발로 국내 금융시장의 신뢰가 추락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한 듯 흥국생명은 지난 7일 보도자료를 통해 "2017년 11월 발행한 5억 달러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조기 상환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태광그룹의 금융계열사인 흥국생명은 "이번 결정은 조기 상환 연기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라며 "태광그룹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자본확충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한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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