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가 열린 8일(현지시간) 밤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마러라고 자택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오는 15일에 '중대 발표'를 할 것이라고 말해 대권 도전 선언을 시사했다. /로이터=연합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가 열린 8일(현지시간) 밤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마러라고 자택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오는 15일에 '중대 발표'를 할 것이라고 말해 대권 도전 선언을 시사했다. /로이터=연합

한때 달러당 1450원을 넘보던 원·달러 환율이 한 달 반만에 1300원대로 내려왔다. 미국의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승리가 유력해지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긴축 강도가 완화될 것이란 관측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수정 기대,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채권 매수 확대도 환율 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미국 공화당의 중간선거 승리가 환율의 하락 기조에 가속 페달을 밟는 요인이 될 것인지 여부에 쏠려 있는 상태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일보다 20.1원 급락한 1364.8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1360원대로 돌아온 것은 지난 9월 2일 이후 2달여 만이다. 앞서 지난 8일에는 16.3원, 7일에는 18.0원 급락했다. 사흘 새 무려 54.4원의 낙폭을 기록한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월 28일 1439.9원을 기록하면서 1450원을 위협했다. 글로벌 통화긴축 기조로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위안·엔화가 동반 약세를 보인데 따른 것이다. 이후 환율은 한 달 반 동안 1400원대에서 거래됐다.

최근 환율 하락의 가장 큰 동력은 미국 중간선거에서의 공화당 승리 가능성이다. 공화당은 집권당인 민주당에 비해 재정지출 확대에 부정적이다. 공화당이 미국 의회에서 다수당이 되면 조 바이든 행정부는 재정지출을 늘리기 어려워지고, 이는 물가상승 압력을 제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가상승 압력이 약화되면 기준금리 인상의 속도와 폭이 줄어들어 달러만 강세를 보이는 ‘킹달러’ 현상도 완화될 수 있다.

미국 노동부가 지난 4일 발표한 10월 실업률도 환율 하락의 요인으로 꼽힌다. 10월 실업률은 3.7%로 전월보다 0.2%포인트 상승했는데, 이로 인해 미 연준이 더 이상 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밀어붙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이 고용시장을 냉각시키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지난 8일(현지시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보다 0.44% 하락한 109.51에 거래를 마쳤다.

달러 선호 경향이 누그러진 또 다른 이유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수정 가능성이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내년 3월 이후 방역용 봉쇄 정책을 대폭 완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7일 중국 지도부가 코로나19 차단을 위한 제로 코로나 정책에서 벗어나 리오프닝, 즉 경제활동 재개를 향한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수정하면 경기둔화가 완화되고, 중국에 수출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중국의 강력한 봉쇄 조치로 반도체 등 중간재를 수출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피해를 입었는데, 해당 조치가 완화되면 수출이 늘어나 환율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과 채권 매수 확대에 나선 것도 원·달러 환율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10월 중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채권 투자자금은 27억7000만 달러 순유입됐다. 순유입은 지난달 국내 주식·채권시장에 들어온 자금이 빠져나간 자금보다 많았다는 뜻으로 9월의 -22억9000만 달러 이후 한 달 만에 순유출 상태에서 벗어났다.

이처럼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완화,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채권 매수 확대는 환율 하락의 모멘텀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추세 전환 여부는 10일 발표되는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블룸버그가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전년 동기 대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전망치는 7.9%다. 지난 9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8.2%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월보다 낮을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가격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6.5% 올랐을 것으로 예상됐다. 40년 만의 최대 상승폭을 기록한 9월의 6.6%보다는 하락했지만 8월의 6.3%보다는 높다. 이는 미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 2%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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