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찬
이범찬

지금 김정은은 ‘우리 공화국이 핵무기 보유국이 됐는데 남한이 미국을 끌어들여 북침 전쟁연습을 하고 있다. 제 정신인가.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한미 합동훈련을 하고 있는데도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사상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북방한계선 넘어 속초 앞바다에 쏘았다. 또한 전례없이 합동훈련 중 다종의 탄도미사일 35발과 수백 발의 대공포를 집중적으로 발사하고, 수백 대의 전투기를 띄우기도 했다.

이제 북한에게 남은 도발은 전술핵무기 개발을 위한 7차 핵실험뿐이다. 조만간 김정은은 전술핵을 양산해 실전 배치에 나설 것이다. 김정은이 핵선제 사용을 법제화하고 대남적화통일을 공언하고 있어 국가의 존망이 걸린 실존적 핵위협이 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한미동맹 강화와 3축체계로 대응해 나가려고 한다. 최근 한미연례안보회의(SCM)에서 미국은 전략자산을 상시 한반도에 배치하는 수준으로 전개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북한의 핵공격은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그런데 이제 김정은은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에 대해 겁먹지 않고 오히려 더욱 강하게 도발하고 있다.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여기다가 북한의 미사일 기습발사 능력은 갈수록 고도화해 한국의 킬체인(Kill Chain:선제타격)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북한은 낮은 고도로 날아오다가 비행 막판에 튀어 오르는 ‘풀업 변칙기동’을 하는 신형 미사일을 개발해, 미사일 요격체계(KAMD)도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 여기다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까지 실전 배치돼 미국 본토 공격이 현실화되면, 한국은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하스 미 외교협회(CFR) 회장이 얘기했듯이 우리는 6.25이래 가장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철저한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핵공유 협정체결 등 필요하고 실행력 있는 확장억제 역량을 최대한 시급히 확충하면서, 김정은이 핵무기를 사용하면 자신도 핵무기로 반격을 받아 끝장난다는 것을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김정은의 핵무기 사용을 억제하려면 핵무장을 통해 ‘공포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우리는 지금 미국의 핵우산 하에 있어 북핵 공격을 받으면 미국이 핵으로 반격해 대한민국을 지켜줄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프랑스 드골 대통령이 1961년 케네디 대통령을 만나 "파리를 지키기 위해 뉴욕을 희생할 수 있겠느냐"고 따졌던 것처럼, 뉴욕이나 LA가 북핵 위협에 노출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을 지켜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미국의 핵우산은 국내외 정치사정과 자국의 여론에 따라 펼쳐지지 않을 수도 있다. 즉 찢어진 핵우산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럼 자체 핵개발을 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가 독자적으로 핵개발을 하는 것은 정말 가능한가? 3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자.

우선 국민들이 핵무장을 지지하고 요구하는지 보자. 아산정책연구원의 ‘한국인의 외교안보 인식 조사’(2019년)에 의하면 국민들의 93.3%가 북한은 절대 비핵화를 하지 않을 것이고, 69.3%가 자체 핵무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국제안보 환경이 민주주의 대 전체주의간 진영 대결의 냉전시대로 회귀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핵개발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또한 애쉬턴 카터 전 미 국방장관 등 전문가들 입에서, 중국의 부상과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의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그리고 NPT 탈퇴 문제는 조약 10조에 정당방위를 인정하고 있어, 북한의 핵개발에 대응하기 위해 합법적으로 탈퇴할 수 있다.

미중 패권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대중국 포위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은 한국의 핵개발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핵확산을 우려할 것이나 내심 반길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러시아 등은 유엔안보리 회부 등으로 강력히 제재하려고 할 것이다. 제재로 인한 경제적 불이익은 감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핵무기 개발 기술은 핵전문가들에 의하면 시간과의 싸움이지 기술상의 문제는 없으며, 1∼2년 안에 개발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리고 원전 운영에 필요한 핵연료도 5년 이상 쓸 수 있는 양을 비축하고 있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야당대표가 주한 미국대사를 만나 전술핵 배치에 반대하고, 대북특사를 파견하자고 할 정도로 안보위기에 대한 공감대가 정치권에 전혀 형성되어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우리의 독자적 핵개발에 많은 걸림돌이 잠복해 있는 것은 사실이나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김정은이 조건을 결정하는 굴종적인 평화가 아니라 당당한 평화와 번영을 구가하려면 잠시의 고통도 인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고, 통치권 차원의 고독한 결단이 요구될 뿐이다. 눈을 높이 들어 우리 후손들에게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물려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