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색소포니스트 최진우, 새 앨범 '라흐마니노프' 발매

클래식 색소포니스트 브랜드 최(최진우)의 연주 모습. /뮤직앤아트컴퍼니 제공

클래식 색소포니스트 브랜든 최(최진우, 34세)가 새 앨범 ‘라흐마니노프’를 발매하고 24일 기념공연을 한다(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러시아 출신의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와 호흡을 맞춘다. 새 앨범 수록곡을 중심으로 바흐의 곡과 내년 프로젝트 중 하나인 무소그르스키 ‘전람회의 그림’도 들려줄 예정이다. 고등학교 2학년때 색소폰을 시작한 브랜든 최는 프랑스(리옹 국립음악원)와 미국(신시내티 음대)에서 공부했다. 신시내티 컴피티션 1위, 미국 MTNA국제콩쿠르 2위, 한국음악협회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국내외에서 연주실력을 인정받았다.

"금관악기의 웅장함, 목관악기의 부드러움, 현악기의 유연함을 두루 가진 악기가 색소폰이다. 클래식 악기로서의 매력이 무궁무진하다." 앞서 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브랜드 최는 색소폰을 이렇게 소개했다. 즉석에서 선보인 연주가 이를 증명해준 듯하다. 악기 몸체의 육중함이 주는 짐작과 달리, 섬세하고 애절한 울림이 기자간담회 공간을 채웠다. 색소폰으로 연주된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1873~1943)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G단조는 첼로 음색을 연상시키면서 관악기 특유의 울림이 더해진 작품으로 거듭났다.

이번 앨범은 첼로·피아노·성악 등 다양한 악기로 연주돼 온 라흐마니노프의 작품을 색소폰으로 새롭게 재해석한 연주들이다. 매우 새로운 시도로 평가된다. 앨범을 기획한 계기와 관련해 브랜든 최가 라흐마니노프와의 공감대를 언급했다. "피아니스트로서 일찍 성공한 라흐마니노프지만 작곡가로선 뒤늦게 인정받았다. 좌절을 겪으면서 꿋꿋이 작곡가의 길을 간 그의 삶이 낯선 분야 ‘클래식 색소폰’을 선택한 내 인생에 큰 영감을 준다."

8일 간담회 때 연주는 색소폰의 통념을 깨기에 충분했다. 군악대의 행진곡이나 재즈·가요에서 듣던 색소폰 소리와 달리 섬세하고 부드러운 음색이다. 첼로·오보에·플루트 등 다양한 악기를 연상시킨다. 브랜든 최에 따르면, "클래식 색소폰과 대중음악 반주 색소폰 사이엔 부속품(마우스피스·리드) 재질부터 주법에 이르기까지 큰 차이가 있다. 아랫입술을 말아서 연주하는 클래식 색소폰이 좀 더 풍만하며 따듯한 소리를 낸다."

2016년 유학을 끝내고 돌아온 이래 브랜드 최는 ‘클래식 색소폰’을 열심히 알려 왔다. "트로트 등 대중음악을 위한 악기라는 이미지가 강해 쉽지 않았다. 지휘자에게 악보를 보이며 클래식 작곡가가 쓴 색소폰 작품의 존재를 알려야 했다. 학교를 찾아가 클래식 색소폰 전공 설치를 호소하기도 했다." 현재로선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이 큰 도움을 준다. "색소폰을 검색하면 팝·트로트 음악이 주류였다. 잘못된 정보도 많은 가운데, 클래식 색소폰을 정확히 알리면서 대중들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색소폰은 1840년대 벨기에의 악기제작자 아돌프 삭스에 의해 개발됐다. 역사가 짧은 악기다. 본격적인 발전은 이제부터인지 모른다. 쓰임새가 넓으며, 또 중년남성들이 취미로 배우고 싶어 하는 대표적 ‘로망의 악기’다. 국내에선 미8군 업소를 통해 퍼진 재즈나 대중가요를 위한 악기로 통했으나, 최근엔 인식이 달라지는 추세다. 여러 예술대학에서 클래식 색소폰 전공이 신설되고 주요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기회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 "연주자로서 색소폰이라는 악기를 정말 사랑한다. 앞으로도 더 다양한 매력을 보여드리겠다." 브랜든 최의 포부와 미래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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