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은 미국 ‘재향군인의 날’이다.
 

11월 11일은 미국 ‘재향군인의 날’(Veterans Day)이다. 공휴일인 이날, 미국인들은 ‘조국을 위해 복무한 군인들’을 기린다. 평소에도 현역·퇴역 군인들을 향한 예우가 극진하다. 예를 들어 비행기 탑승 시 비즈니스석 승객보다 이들이 우선시된다. 미국의 건국정신이나 과거 미덕이 크게 퇴색했고 비판받을 여지도 많아졌으나, 지난 약 80년간 인류의 보편가치를 내세우며 해외에서 다치고 죽어간 것은 사실이다. 외적으로부터 국토가 공격당할 가능성이 지극히 낮은 미국이 왜 세계 최강의 군대를 유지할까? ‘조국 수호’ ‘국토방위’라는 일반적 군대의 존재의미가 미국에겐 사실상 자유민주주의·인권·법치의 수호다. 미국에겐 ‘가치가 곧 조국’인 셈이다.

반면, 군인·군대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역사적 배경을 들지 않을 수 없다. 20세기 초반까지 500년간 극단적인 문인 중심의 체제, 사농공상 신분제를 경험했다. 심지어 오늘날까지 그 유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여전히 상인보다 선비를 존중하며, ‘상인적’ 대신 ‘선비적’으로 보이길 기대하는 심리가 부리 깊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근대국가 건설기엔 군인이 각별하게 대접받는다. 국가로서 생존의 기본토대가 ‘부국강병’이기 때문이다.

세계사적으로 ‘부국’조차 사실상 ‘강병’을 위해서였다. 그 주역 군부에 대한 우리의 부정적 이미지는 한발 앞서 부국강병을 달성한 나라들에 대한 피해의식, 1960~70년대 엘리트군인들이 주도한 ‘조국근대화’ 시기의 명암에서 유래한다. 현대적 자유민주공화국으로 건재하려면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명목상으론 ‘국군의 날’ ‘재향군인의 날’이 있지만, 그 의미와 중요성을 대부분 모른다. 교육된 바 없고 일깨워지지 않았으니 당연하다. 영화·드라마 등 대중서사 또한 부정적인 묘사들 뿐이었다. 지난 30년 이른바 민주화시대를 거치며 그런 경향이 강화됐다.

1952년 2월 1일 창설된 대한민국 재향군인회는 1953년 10월 8일 대한민국 제대장병 보도회로 명명된다. 이날을 근거로 2002년 이래 10월 8일이 우리나라 ‘재향군인의 날’이다. 1957년 1월 대한참전전우회 등을 통합해 대한상무회 창립, 1960년 5월 대한민국재향군인회로 개칭했으며, 1961년 5월 8일 세계향군연맹에 가입했다. 1965년 6월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세계향군연맹 가입일인 5월 8일을 ‘재향군인의 날’로 지정, 1973년 3월 법정기념일이 됐다. 공휴일인 적은 없다. 20년전부터 10월 8일로 정착한 ‘재향군인의 날’이지만, 한국전쟁·베트남전쟁의 기억을 공유한 노병들의 기념일이 된 지 오래다.

전 세계 ‘재향군인의 날’ 뿌리는 1차 대전이다. 1919년 6월 28일 베르사유조약으로 공식 종료됐으나, 휴전협정 발효일인 1918년 11월11일 오전 11시 모든 전투가 멈춘다. 참전국들 모두 이 날을 기념해 왔다. 1년 뒤 미국의 우드로 윌슨 대통령은 11월11일을 ‘휴전기념일’로 선포, 사람들이 거리행진을 한 후 11시에 묵념을 했다. 공휴일로 정해진 것은 1954년이다. 공식 행사를 비롯해 다양한 공공장소와 민간 업소가 이날의 주인공들에게 무료입장·할인 혜택등을 제공한다.

11월 11일은 미국 ‘재향군인의 날’이다. 공휴일로 지정된 이날 미국인들은 군인의 헌신과 존재의미를 기린다. /미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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