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
조우석

지난주 이 지면에서‘핵민방위훈련, 왜 우린 하지 않나?’를 내보냈다. 그게 11월 2일자였는데, 바로 그날 북한 김정은이 쏜 미사일이 NLL 이남의 공해상에 떨어졌다. 그 바람에 울릉도 전체엔 공습경보가 발령됐다. 아시는가? 그날 현장은 한마디로 우왕좌왕, 갈팡질팡 그 자체였다. 공무원들만 군청 지하실로 잠시 이동했던 게 주민대피 상황의 전부였다.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멀뚱멀뚱했고, 안내방송은 공습경보 발령 20분 뒤였다.

이 모든 게 유명무실해진 민방위훈련 탓이다. 놀라운 건 따로 있다. 이후 10일이 지난 현재 누구도 그 얘길 다시 꺼내지 않는다. 나라 전체에 그런 상황이 벌어질 경우의 대처법에 대한 논의는 전무하다. 민방위훈련은 고사하고 핵민방위훈련 얘기도 마찬가지다. 대체 왜 이러는 걸까? 죽지 않으려는 건 인간 본능인데, 북핵 인질국가가 다 된 마당에 그마저 잃은 걸까?

혹시 5년 전 문재인 정권의 행정안전부 장관 김부겸이 "핵 대피 훈련은 국민 사이에 불안감을 조장한다"고 말했던 것의 악영향 탓일까? 단 언론인 중 유일하게 이 문제제기를 하는 이가 조갑제 대표다. 그는 묻고 있다. 이태원 좁은 골목에 300명 사상자가 나올 사고 가능성과, 서울 상공에서 핵미사일이 터질 가능성 둘 중 확률이 더 높은 건 어느 쪽인가?

말할 필요조차 없다. 압사 사고는 수십년만에 한 번이다. 북핵이 터져 사람이 몰살당할 가능성은 당장 오늘이라도 가능하다. 실은 박근혜 정부 시절 정부가 ‘북핵 대비 비상대비태세 발전방안’이란 연구용역을 진행한 바 있다. 한마디로 끔찍하다. 북한이 6차 핵실험 때 2017년에 했던 100kt급의 핵폭탄이 사전경고 없이 서울에 떨어지면 338만 명이 떼죽음한다고 적시했다. 중상자 237만 명까지 합하면 서울시민 절반 이상이 즉시 절단난다. 2차 대전 때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15kt급 핵이라 해도 125만명이 즉사한다.

현 상황은 아직도 설마설마 하는 사람들, 그리고 정말 핵 공격이 터지면 어차피 다 죽는다는 체념, 둘로 요약된다. 그거 아니다. 핵 공격을 당해도 사전경보와 대피체계가 있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사고만 나면 재난 콘트롤타워가 어디냐고 잘도 따지는 이 나라에서, 막상 북핵 대응 콘트롤타워는 아마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크게 비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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