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필섭
공필섭

2020년 피트 위스키 아드벡(Ardbeg)이 품절대란을 일으켰다. BTS의 슈가 덕이다. 싱글몰트 애호가인 슈가가 개인방송에서 아드벡 코리브레칸을 니트잔에 따라 음미하며, 최애 위스키 중 하나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BTS의 세계적인 파급력을 생각하면 아드벡이 일반대중에게 널리 알려지는 큰 계기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호불호가 매우 강해 처음 접한 상당수의 팬들은 얼굴을 찌푸렸을지도 모른다.

아드벡은 스코틀랜드 남서쪽에 위치한 섬 아일라의 킬달튼 지역에 있는 증류소다. 또 다른 피트 대명사인 라프로익, 라가불린과 함께 킬달튼 트리오로 불린다. 특히 아드벡은 향과 맛이 더 강렬하면서도 기괴한 면이 있다. 바디감은 옅은데 향은 끈적이듯 묵직하며, 소독약에 짭잘한 해조류 그리고 강렬한 스모키의 풍미가 뇌를 강하게 자극한다. 순간 뇌 정지가 온 듯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다.

극명한 호불호에도 불구하고, 2008년 아드벡 10년과 2009년 아드벡 우가달이 세계적인 위스키 평론가 짐 머레이에 의해 ‘올해 최고의 위스키’로 선정됐다. 이후 아드벡 시리즈는 위스키계 최고 권위 상을 계속 수상하는 저력을 보여준다. 심지어 피트에 짠물 평가를 하기로 유명한 잉글랜드 평론가 마이클 잭슨 또한 우가달에 92점을 줘 이슈가 됐다. 위스키계에선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슬픔, 괴로움 등의 격정에 휩싸이면 맛과 향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다. 아드벡의 강하고 기괴한 풍미는 그걸 뚫고 정신을 번쩍 차리게 할 정도다. 영화 ‘콘스탄틴’에서 키아누 리브스는악령 퇴치 후 휩싸인 격정을 아드벡으로 해소한다. 지금 이 순간 매우 괴롭거나 기분이 더러운가? 그럼 아드벡 한잔 어떤가.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