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브렛, 도싯서 절벽에서 바라본 영국 해협(1871). /북서울미술관

서울 시립미술관·영국 테이트미술관 공동 기획 ‘빛:영국 테이트미술관 특별전’이 지난 21일 북서울미술관에서 개막했다. 조지프 말러드 윌리엄 터너(1775~1851)·존 컨스터블(1776~1837)·클로드 모네(1840~1926) 등 근대미술의 거장부터 아니쉬 카푸어(67)·올라퍼 엘리아슨(58)·제임스 터렐(78) 등 동시대 대표 작가들 43인의 작품 110점을 전시하고 있다. 해외여행을 가야만 볼 수 있던 걸작들이 서울로 찾아온 것이다. 18세기 풍경화·19세기 인상주의 회화·20세기 사진·21세기 설치미술까지 포함한다. 200여 년간 여기저기 분산돼 있는 다양한 작품들을 ‘빛’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모았다(내년 5월 8일까지, 관람료 1만5000원).

‘인상주의’는 번영과 격동의 19세기 미술사를 대표한다. 전문가가 아니라도 쉽게 매료된다. 인상주의 화가들은 빛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과 사물의 모습을 포착하기 위해 야외로 나가 그림을 그렸다. 산업화와 기술 발달로 튜브 물감이 나와 야외 작업을 편리하게 했고, 사진기의 등장 또한 자연광 연구를 도왔다. 화가들은 여러 가지 색채를 이용해 자연광을 표현하고 빛과 색의 무한한 다양성을 실험하며 자신만의 색깔로 빛을 재해석·재현하고자 했다.

당시 ‘인상주의’는 이들을 폄하하고 놀리는 말이었으나 19세기 미술사의 주류가 된다. 빈센트 반 고흐(1853~1890)·클로드 모네(1840~1926)·오귀스트 르누아르(1841~1919) 등, 모두 현대인에게 사랑받는 화가들이다.

윌리엄 터너, 빛과 색채-대홍수 후의 아침(1843년 전시). /북서울미술관

주목할 여러 작가들 가운데 특히 중요한 화가가 ‘빛의 화가’ 터너다. 터너는 역사화·풍경화·해양화의 대가, ‘현대미술의 아버지’로 불린다. 누구보다 정교하게 빛·색의 효과를 연구하며 자연 색조와 대기의 기운을 담아내려 애쓴 화가였다. 구약 성서 속 ‘대홍수’를 주제로 그린 회화작품 두 점, ‘호수에 지는 석양’(1840년 경) 등이 한국 팬을 직접 만난다. 30년간 영국왕립미술아카데미 교수였던 터너가 원근법·빛의 명암·반사효과 표현 등 수업을 위해 준비했던 드로잉 작품까지 볼 수 있다.

터너의 기법을 꼼꼼히 연구한 클로드 모네(1840~1926)·카미유 피사로(1830~1903)·알프레드 시슬레(1839~1899) 등 인상파 작가들의 풍경화가 팬들을 행복하게 할 것이다. 시슬레의 ‘작은 초원의 봄’(1880)과 피사로의 풍경화 ‘르아브르의 방파제’(1903)도 꼭 맞봐야 할 감동이다. 모네의 ‘포흐빌레의 센강’(1894)과 나란히 배치된 ‘엡트강 가의 포플러’(1891)는 보험평가액 500억원, 이번 전시작 중 최고였다.

 

보험가액 500억원인 모네의 ‘엡트강 가의 포플러’(1891). /북서울미술관
‘실내의 빛’이란 제목의 전시실 또한 흥미롭다. 벽에 그림이 세 점 걸려 있고 또 하나는 전시장 바닥의 카펫 그 자체. 프랑스 작가 필립 파레노(58)의 설치작품 ‘저녁 6시’다. 카펫 바닥에 창문 그림자가 비친 것 같지만, 관람객들은 금방 그 전시실에 창문이 없음을 확인하며 작가의 아이디어에 경탄한다. 빌헬름 함메르쇼이(1864~1916)의 ‘실내 바닥의 햇빛’(1906), 윌리엄 로덴슈타인(872~1945)의 ‘엄마와 아기’는 평화롭고 아늑한 일상의 빛을 보여준다.

 

 

‘실내의 빛’ 전시장 모습. 카펫 자체가 필립 파레노의 설치작품 ‘저녁 6시’. /북서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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