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소령 김진평


싸리재 너머
비행운 떴다

붉은 밭고랑에서 허리를 펴며
호미 든 손으로 차양을 만들며
남양댁
소리치겠다

"저기 우리 진평이 간다"

우리나라 비행기는 전부
진평이가 몬다

윤제림(1960~ )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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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어렵게 생각하는 이가 많다. 그 생각의 이면에는, 시란 심오한 사상을 담거나 시각적 심상(心像)을 담아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이 자리 잡은 까닭이다. 시의 모티브(motive)는 다양하다.

이 시는 해학적(諧謔的)이다. 동네 아낙네들과 함께 밭을 매는 남양댁 모습이 눈에 선히 그려진다. 남양댁 아들 김진평은 전투기 조종사다. 남들 다하는 학원공부 한 번 못시켰지만 공군사관학교에 합격했다. 어디 그뿐인가. 어렵다는 진급시험에도 합격해 소령 계급장도 달았다. 밭매기에 여념 없는 한 순간 비행기 굉음소리가 난다. 평소 아들이 그리웠던 남양댁은 그 소리에 조건반사적으로 일어나 하늘을 쳐다본다. 푸른 하늘에 비행운만 남았다. 남양댁은 자신처럼 하늘을 쳐다보지 않는 아낙네들이 좀 서운하여 소리치듯 말한다. "저기 우리 진평이 간다."

그 밭고랑에 함께 있던 아낙네들 반응이 사뭇 궁금해진다. 아마 이런 말이 오가지 않았을까. "아이고 남양댁, 저게 진평이 비행기면 우리나라 비행기란 비행기는 죄다 진평이 비행기게?" "그럼, 우리나라 비행기는 전부 진평이가 몰지." 아낙네들은 어이가 없었지만 더 이상 따지지 않고 서로 바라보며 그냥 빙긋 웃기만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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