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객장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밑돌면서 이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3.70%),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5.54%), 나스닥지수(7.35%)가 모두 급등했다. 나스닥지수는 코로나19 사태 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연합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객장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밑돌면서 이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3.70%),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5.54%), 나스닥지수(7.35%)가 모두 급등했다. 나스닥지수는 코로나19 사태 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연합

이달 들어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은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순매수, 미국 물가 등 변수가 한꺼번에 맞물리면서 휘발성을 키우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까지의 원화 강세 배경은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순매수다. 지난 9월 29일부터 이달 들어 지난 8일까지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순매수 규모는 5조3000억원에 달하는데, 이들 순매수 자금이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공급을 급증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외환당국의 수급 안정책이 효과를 낸 부분도 있다. 한국은행과 국민연금간 100억 달러 규모의 외환 스와프, 80억 달러 상당의 조선사 선물환 매도 지원 조치도 달러 공급을 늘렸다.

지난 11일에는 미국 물가라는 대형 변수가 가세했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7.7%로 지난 2월 이후 처음으로 7%대로 낮아졌다. 이는 올해 1월 기록한 7.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인 7.9%를 밑도는 것이다. 10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도 전년 대비 6.3% 상승하는데 그쳐 시장이 예상한 6.5%와 전달 상승률 6.6%보다 낮았다.

이 같은 ‘깜짝 발표’ 덕분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달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의 속도조절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앞서 미 연준은 지난 2일 4회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밟았다.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하락은 고강도 긴축통화정책을 통해 물가가 어느 정도 진정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실제 미국 노동부의 소비자물가지수 발표 이후 미국 국채 10년물의 금리는 전일보다 0.3%포인트 떨어져 3.8%대에 머물렀다. 기준금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물 금리는 4.62%에서 4.33%로 하락하며 2008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지난 11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오는 12월 14일 예정된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인상될 확률은 전일의 57%에서 83%로 급등했다. 반면 미 연준이 5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확률은 43%에서 15%로 크게 줄었다. 빅스텝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이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 발표 전에는 미 연준이 내년 중순까지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해 최종 금리가 6%대에 육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이젠 최종 금리가 5%대, 더 나아가 4%대도 가능하다는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 미국 실업률은 3.7%로 역대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 연준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이 경기 판단 지표의 핵심으로 평가되는 실업률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어느 정도 물가를 잡아내고 있다는 의미다. 실업률이 낮은 상태로 유지되는 가운데 물가 상승이 둔화되면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미국의 물가 정점론이 확산되면서 한국은행도 오는 24일 열리는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만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 연준의 긴축통화정책에 속도조절이 예상되고 있는데다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빠른 속도로 상승 반전하면서 한국은행이 물가상승 억제보다 경기방어에 무게를 두는 선택을 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지난달 12일 한국은행의 두 번째 빅스텝 단행으로 10년 만에 3.00%로 올라선 상황이다. 가뜩이나 글로벌 경기둔화에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 3고(高)까지 겹쳐 국내 경기가 빠르게 식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8%까지 하향 조정하는 등 국내외 기관들은 줄줄이 성장률 전망치를 끌어내리고 있다. 빅스텝을 단행했던 지난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경기침체를 우려해 0.25%포인트 인상을 주장한 2명의 소수의견이 나왔다. 그런 만큼 이번 금융통화위원회에선 이에 동조하는 위원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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