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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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의 풍산개 파양은 충격이었다. 애견가인 줄 알았던 문통이 사실은 개를 이용하기만 했다는 게 드러나서다. 개 파양 뉴스가 처음 보도됐을 때 ‘가짜뉴스다’ ‘우리 문통이 그럴 리 없다’던 좌파들은 ‘윤대통령이 약속한 법령을 만들어주지 않아서 발생한 일’ ‘결코 돈 때문이 아니다’라며 수습을 시도했지만, 문통이 직접 올린 SNS 글은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사료값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지금까지 양육에 소요된 모든 비용을 퇴임 대통령이 부담했습니다." "심지어 풍산개들을 양산까지 데려오는 비용과 (파양시) 대통령기록관이 지정한 장소까지 데려다주는 비용까지 모두 부담했으니, 지난 6개월간 무상으로 양육하고 사랑을 쏟아준 것에 오히려 고마워해야 할 것입니다."

개는 인간과 교감하도록 진화한 동물, 더욱이 풍산개는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크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곰이’와 ‘송강’이란 이름을 가진 풍산개는 ‘선물’ 형식으로 북에서 남으로 온 데 이어, 주인으로 알았던 문통의 품에서도 쫓겨나게 됐다. 이제 그들은 유일하게 수용 의사를 밝힌, 광주의 한 동물원으로 가는 신세가 됐다. 전문가들은 말한다. "동물원이나 공공시설에서의 전시 사육은 부적절하다. 이는 개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과 개별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곰이와 송강이는, 그들이 낳은 새끼들처럼, 인간으로부터 격리된 채 남은 생애를 견뎌야 할 듯싶다.

개를 버리는 이가 꼭 문통만은 아니어서, 해마다 10만 마리가 넘는 개가 주인으로부터 버려진다. 하지만 매월 1400만 원의 수입에 800평이나 되는 저택을 가진 전직 대통령의 파양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충격파는 더 클 것이다. 이럴 때 나서야 하는 이가 바로 동물단체, 학대받고 버려지는 개의 숫자가 워낙 많다 보니, 우리나라 동물단체가 하는 주요 활동은 개 구조와 임시보호, 그리고 입양이다. 그런데 전직 대통령이란 자가 대놓고 개를 버리면, 동물단체의 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있지 않을까? 하지만 풍산개가 이슈로 떠오른 뒤에도 그 많은 동물단체 중 어느 누구도 여기에 대해 비판하지 않은 건 기이하다.

그러던 11월 10일, ‘카라’라는 곳이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드디어(!)라는 생각에 알아본 기자회견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수족관에 갇힌 큰돌고래를 방류하려면 바다쉼터가 있어야 하는데, 여기에 대한 예산을 빨리 통과시켜 달라!’ 큰돌고래의 사연은 분명 가슴 아프지만, 명색이 시민단체라면 현안에 대해서도 뭔가 한 마디 말이라도 있어야지 않을까? 그런데도 카라는 뜬금없이 등장한 윤미향과 함께 돌고래쉼터 얘기만 하다 기자회견을 끝냈다.

그들이 이러는 게 처음은 아니다.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입양한 행복이를 파양했을 때, 여기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자유한국당 안광환 의원은 "한번 버림받았던 행복이에게 또다시 상처를 주는 것은 인간의 도리가 아니다. 필요하면 이용하고 목적 달성 후 제대로 돌보지 않는다면 개만도 못하다는 손가락질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행복이 입양을 담당했던 카라는 이것이 "안 의원의 정치적 공세"라고 일축했고,"이재명은 행복이를 데려가고 싶어했지만 여건이 안 돼서 카라에서 거절했다"며 파양책임까지 스스로 떠맡는, 풍산개를 능가하는 충성심을 보여줬다. 이뿐인가. ‘동물복지를 위한 시민연대’ ‘1500만 반려인 연대’는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를 공개 지지했고,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숫제 이재명의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들어갔다.

사정이 이러니 동물을 위한답시고 만들어진 단체들이 풍산개 사태에 침묵하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침묵하는 건 이들만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최고위원인 고민정도 풍산개 사태에 한마디도 안 하고 있다. 사람 말귀를 알아듣는 데는 서툴지라도, 고민정은 지난 대선 때 ‘동물들’을 설득해 이재명 지지선언을 이끌어낸 능력자 아닌가. 지난 5월에는 이런 말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어떤 사람보다도 생명에 대한 감수성이 강한 분이다." 의원님, 감수성 강한 분이 왜 저런데요? 개들은 이번 사태를 어떻게 생각한데요? 뭐라도 좋으니 말 좀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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