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근
이춘근

중국의 미래를 설명하는 많은 이론들이 있다. 중국이 21세기에는 ‘미국의 패권을 대신하는 세계 최강의 나라가 될 것’이라는 이론이 있는가 하면 ‘중국은 이미 끝났다’는 이론도 있다.

한국 사람들 상당수가 믿었던 것은, 중국이 2030년쯤에는 미국을 압도하는 패권국이 될 것이라는 이론이었다. 소설가 조정래는 ‘중국이 금명간 G-1이 되리라는 사실을 믿지 않는 한국인은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국제정치의 초보적 상식도 없는 사람들이나 할 소리인 안미경중(安美經中)도 한국에서는 널리 사용됐다. 안보는 미국과 함께, 경제는 중국과 함께라는 의미로 쓰여진 어처구니없는 사자성어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8-9%,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3% 정도다. 그러니까 앞으로 30년 정도 지나면 중국은 경제적으로 세계 1위가 될 것이고, 자연스레 다른 측면에서도 세계 1강 자리를 꿰어찰 것이라는 분석을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그러나 미국이 멍청하게 허송세월하고 있다가, 중국이 자국을 앞서게 되는 날 그동안 향유해 오던 ‘패권적 지위’를 ‘평화적’으로 넘겨줄 것이라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다.

미국은 중국의 도전에 넋 놓고 있을 나라가 아니다. 중국의 경제력과 도전이 더 거세지기 전에 꺾어 놓아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단호한 입장이다. 이 점에서는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이 차이가 없다. 정치학자 존 미어샤이머 교수의 말대로, 미국은 도전국의 도전을 방치한 적이 없는 나라다. 역사를 살펴보면, 세계 어떤 강대국도 평화적으로 자신의 패권적 지위를 도전자에게 양보한 적은 없었다.

이미 오래전 미국은 중국이 더 커지기 전에 주저앉히기로 작정하고, 중국을 세계 경제에서 퇴출시키는 작전을 전개했다. 그 결과 요즈음 중국이 세계 패권국이 되리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중국의 힘은 정점(頂点)에 도달했고 앞으로는 내려갈 일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오히려 더 위험하다는 이론이 나왔다. 할 브랜드 박사는 중국의 지도자들은 원했던 것, 예컨대 대만 병합을 지금 이루지 못하면 앞으로 영영 기회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봤다. 그래서 향후 10년이 미중 관계에서 가장 위험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힘이 정점에 도달했기 때문에 야기될 수 있는 ‘함정’(Peaking Power Trap)에 우리도 잘 대처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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