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열
정창열

마치 불꽃놀이 하듯, 북한은 4일간에 걸쳐 ICBM을 포함 수십 발의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도발을 감행했다. 그리고 이례적으로 그간의 군사작전 내용을 상세히 공개했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지난 7일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에 대응해 지난 2∼5일 대남 군사작전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 발사, 장거리 방사포 사격, 전투기 대량 출격 등 일자별 작전 상황과 타격 목표를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이어 "앞으로도 압도적인 실천적 군사 조치들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협박했다.

이번 북한의 도발은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11월 2일 자정을 갓 넘긴 0시 05분에 "미국과 남조선이 겁기 없이 우리에 대한 무력 사용을 기도한다면 사상 가장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담화 발표 직후 이루어진 것이다. 단순히 말로만의 협박이 아님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는 한편 총참모부는 실제 진행한 군사 활동을 공개하면서 ‘울산시 앞 80㎞ 부근 수역에 전략 순항미사일 2발로 보복 타격’ ‘전투기 500대 동원’ 등 백일하에 드러날 거짓말까지 덧붙였다. 정상 비행에 실패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해서는 함구한 채, ‘국방과학원의 요구에 따라 적의 작전지휘 체계를 마비시키는 특수 기능 전투부의 동작 믿음성 검증을 위한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하도록 하였다’고 모호한 주장을 했다. 한마디로 이번 총참모부의 발표는 사실과 허구를 뒤섞은 ‘팩션’(faction)이었다.

박정천 담화-군사 도발-총참모부 발표로 이어진 일련의 북한 행태를 어떻게 볼 것인가? 관점에 따라 다양한 견해가 있겠지만, 다음 두 가지가 북한의 진정한 속내가 아닌가 한다.

첫째, 한·미의 공군력을 대단히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들 스스로 밝히고 있다시피, 이번 북한군의 활동은 우리 공군의 전투력을 무력화하기 위한 시나리오에 맞춰 신·구형 대공 무기체계를 총동원했다. 이는 평소의 호언과는 달리, 실제로는 우리의 압도적인 공군력을 의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관련해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이 김정은의 행적이다. 김정은은 수하들이 ‘비질런트 스톰’ 훈련에 대응한 작전을 벌이는 동안, 여지없이 자취를 감추었다.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전투복을 입고 전장에서 장병을 독려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는 전혀 다른 행동이다. 이른바 ‘방구석 여포’의 모습을 다시 한번 보여준 것이다. 참으로 비겁하기 짝이 없는 지도자라 하겠다.

둘째, 북한이 팩션을 발표한 것은, 우리 군을 혼란에 빠뜨리기 위한 기만전술이다. 손자(孫子)는 일찍이 ‘전쟁은 속이는 것이다’(兵者詭道也)라고 갈파했다. 이런 손자의 군사사상을 가장 충실하게 실천하는 집단이 북한이다. 7·4 공동성명-남침 땅굴 굴착·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1991.12)-NPT탈퇴(1993.3)·6자 공동성명(2005.9)-1차 핵실험(2006.10)은 김씨 정권의 기만적인 본성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전철이다. 마찬가지로 이번 총참모부의 팩션도 우리 대응 능력의 허실을 탐지하기 위한 저의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군이 속초 앞바다에 떨어진 미사일의 낙탄 지점을 정확하게 특정하고 4일 만에 미사일 잔해를 수거한 것은, 우리의 능력을 보여준 쾌거라 할 것이다. 더불어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군 지휘부는, 한미의 감시·정찰 자산의 탐지 및 분석 능력에 새삼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북한의 NLL 이남 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지체없이 공대지 미사일 3발을 동해 NLL 이북 공해상에 발사한 대응 의지와 능력을 포함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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