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서울 '노동자 대회' 전국서 10만명 운집

참사 추모한다며 정치구호...내달 3일 민중대회서 폭발 전망
민노총 양경수 위원장, 경기동부연합 이석기·이재명과 밀접
총선 원내 진출 목표 정의당·녹색당 등과 '범좌파 연대' 겨냥

12일 오후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서울 중구 숭례문~서울시청 일대를 가득 메우고 있다. /연합
12일 오후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서울 중구 숭례문~서울시청 일대를 가득 메우고 있다. /연합

민주노총이 이태원 사고를 계기로 경제투쟁을 뛰어넘는 정치투쟁을 시작했다. 민노총은 지난 12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숭례문 교차로 구간에서 10만명 규모의 ‘10만 총궐기 전국 노동자 대회’를 열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최대 규모의 노동자 집회였다.

민주노총의 그동안 목표는 중대재해처벌법, 이른바 노동조합법 23조 시행령 개정과 관련된 경제투쟁이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이 날 오후 5시까지 열린 노동자대회에서도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단결’, ‘투쟁’이라고 적힌 빨간색 머리띠를 두르고 ‘노조할 권리’, ‘민영화 중지’, ‘이대로 살 수 없다’,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2·3조 개정 촉구‘, ’민영화 중단‘ 등을 요구하는 팻말을 들고 모였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노동자대회를 마친 뒤 오후 5시부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및 책임자 처벌 촉구 촛불집회’에 합류하면서 상황은 급반전했다. 정치투쟁이 본격화된 것이다. 전국민중행동 등 100여개 시민단체 5만여명(주최측 추산)은 이날 오후 5시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이태원 참사, 국가 책임이다.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내용으로 촛불집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이태원 참사의 책임 주체는 국가라며 책임자를 처벌하고 진상규명에 나서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이 집회에 전국노동자대회를 마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대거 합류한 것이다. 집회 시작과 동시에 비가 쏟아졌지만 참석자들은 "막을 수 있었다. 살릴 수 있었다. 국가가 책임져라" "정부는 없었다"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책임자를 처벌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비가 내리는 상황을 감안해 휴대전화 조명이 촛불을 대신했다.

이날 집회는 정의당·진보당·노동당·녹색당 등 좌파정당들도 합류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엄중 경고한다. 더 이상 이상민 장관 감싸기로 시간을 보내지 말라. 공식적이고 책임 있는 사과를 하라"고 했다. 이 대표는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야말로 우리 사회에 똑같은 재난 상황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국정조사 요구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도 이태원 사고의 국가책임을 강조하며 대통령 공식 사과 등 정치투쟁 발언을 이었다.

민주노총의 정치투쟁은 오는 12월 3일로 예정된 민중대회에서 폭발될 전망이다. 물론 아직까지 민노총의 투쟁방침은 ‘대통령 퇴진’을 직접 구호로 걸고 있는 ‘촛불전환행동’과는 결이 다르다. 실제로 ‘ 촛불전환행동’ 등은 이날 오후 5시부터 신용산역 인근에서 ‘윤석열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을 열었지만 민노총은 이 집회에 합류하지 않았다. 민주노총이 정치투쟁과 관련 ‘전략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것은 당면 현안인 노조법 23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 저지투쟁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노동법 23조는 내년 2월 8일경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때문에 민노총은 12월 3일로 예정된 민중대회에 집중해야 할 처지다.

어쨌든 민주노총은 지난 12일 집회를 계기로 정치투쟁에 시동을 걸었다. 무엇보다 현 양경수 위원장이 이석기의 경기동부연합 출신이고, 성남 시절부터 이재명 대표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때문에 민주노총의 정치투쟁은 이지명 대표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의 정치투쟁은 2024년 총선에서 ‘제2의 통합진보당’을 만들겠다는 시도도 숨어있다.

한 정치전문가는 "정의당, 민중당, 진보당 이 세 그룹이 이석기 통진당의 잔당들이다. 이 세 그룹이 100만명 이상의 조합원을 가지고 있는 민노총과 결합해 2024 총선에서 원내 진출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총선 범좌파 연대틀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거리의 정치투쟁을 통해 이재명 사수라는 부수효과도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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