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외교 슈퍼 선데이였다. 윤 대통령은 13일 오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제17차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평화로운 인도·태평양을 위해서는 북한의 비핵화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북한과의 대화의 문은 늘 열려 있다"며 북한이 비핵화에 나선다면 전폭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한일→한미→한미일 연쇄정상회담을 가졌다. 현재 한미일 3국간 이슈는 북한의 핵·미사일 대응이 현안이다. 북핵의 ‘1차 인질’은 한국, ‘2차 인질’이 일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세안 외교 현실을 보는 눈은 다소 달라야 한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아세안 관련 회의는 오랫동안 미국·중국·일본·동남아국이 주요 역할을 해왔다. 1975년 베트남전 종전과 78년 중국 개혁개방 이후 동아시아 안보문제가 크게 불거지진 않았다. 버마(현 미얀마) 군정독재, 동티모르 인권문제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10여 년 동안 북핵문제와 중국의 대국굴기(大國굴起)로 인해, 남중국해-대만-센가쿠 열도-한반도로 이어지는 아시아·태평양 안보문제가 세계적 현안이 되었다.

현재 아세안 지역 안보 위협의 핵심은 중국의 본격적인 태평양 진출 의도다. 중국의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가 국제관례인 ‘항행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번 프놈펜 아세안 정상회의의 의미를 ‘자유와 연대, 그리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지역의 외교력은 중국이 강세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아세안과의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로 끌어올렸다. 지난 12일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과 아세안의 양자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은 중국에 대한 대응이다.

아세안 지역이 미·중간 갈등과 경쟁의 중심부라는 점에서, 한국의 동남아 외교는 안보·경제 양면에서 매우 중요해졌다. 우리 입장에선 그동안 미국·일본이 공들여놓은, 특히 일본의 아세안 외교의 성과를 적절히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한일·한미·한미일 연쇄 정상회담은 비단 북핵 대응만이 아니라 우리의 포괄적 국익이 걸린 회담이었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