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사우디 '데탕트'...유가 전쟁 속 러 압박 고조
미국-사우디 '데탕트'...유가 전쟁 속 러 압박 고조
  • 김한솔 기자
  • 승인 2020.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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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경쟁적 증산에 따른 유가 전쟁 속에서 미국이 사우디와 손잡고 원유동맹을 맺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측 주장이지만, 사우디가 거의 4년 동안 감산 동맹을 맺었던 러시아를 버리고 미국과 동맹으로 유가 폭락을 막을 수도 있다.


동시에 미국과 사우디의 동맹은 산유국들이 무한 경쟁 속에서 어제의 적과 오늘의 동지를 뒤바꾸며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미국이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주도하는 사우디와 원유 동맹을 맺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댄 브루예트 미 에너지부 장관이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TV에 말했다.

미국과 사우디의 원유 동맹 협상이 공식적인 절차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이를 위한 외교적 노력이 시작됐다고 그는 밝혔다.

미국 행정부가 폭락하는 유가로 인해 어느 시점이 되면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브루예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말했다. 그러면서 브루예트 장관은 사우디와 원유 동맹을 위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비롯한 관료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사우디의 실권자 무함마드 빌살만(MBS) 왕세자가 미국과의 '데탕트'를 시도했다고 표현했다. 데탕트란 긴장완화라는 의미로 미국은 1970년대 소련, 중국 등 공산권 국가와 접촉으로 냉전 분위기를 다소 누그러뜨린 바 있다.

사우디가 유가 진정을 위해 OPEC에서 탈퇴하고 미국과 동맹을 맺는 방안을 미 에너지부 관료들이 마련했고 트럼프 행정부가 사우디와 외교를 통해 이러한 방안을 제안할 것을 설득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0일 보도하기도 했다.

이러한 보도는 다소 소설처럼 들리지만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동맹이 깨진 다음 유가가 대폭락하는 현실에서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미국과 사우디의 원유 동맹 가능성에 이날 서부텍사스원유(WTI)는 3% 반등에 성공했다.

사우디는 지난 4년 동안 러시아와 감산동맹으로 유가를 지지했다. 동시에 원유시장에서 셰일혁명으로 등장한 미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그러나 오랜 감산으로 유가가 오르면서 사우디와 러시아 같은 전통적 산유 강국은 점유율을 미국에 내줘야했다. 결국 러시아는 이달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급감한 수요를 벌충하기 위해 생산을 더 줄이려는 사우디의 제안에 퇴짜를 놨다. 추가감산하면 미국 셰일의 점유율만 높아질 뿐이라는 이유에서다.

사우디는 러시아의 퇴짜에 추가 감산 대신 아예 증산으로 방향을 틀어 버렸고 러시아도 증산의지를 보이며 맞받아쳤다. 코로나 위기에 가뜩이나 위축된 수요 속에서 증산까지 더해지며 유가는 한달도 안돼 반토막이 나며 배럴당 20달러마저 붕괴할 위험에 처했다.

사우디는 저유가를 러시아나 미국보다 잘 버틸 수 있지만 일종의 마지노선이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다는 위기 의식이 발동할 수 있다. 실제 유가가 하루에만 30% 가까이 폭락했던 이달 9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빌살만 왕세자는 전화통화를 했다.

유가는 이달 들어 46% 급락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침체를 넘어서 대공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IHS마킷은 일평균 글로벌 원유 수요가 2분기에만 1400만배럴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khs911@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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