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해일
장해일

최근 "레고랜드 사태·무역적자에…국가부도 위험", "레고랜드가 불러올 제2의 IMF" 등 최악의 경제위기를 경고하는 뉴스가 부쩍 헤드라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고금리 기조, 초우량 한전채 대량 발행 등에 따른 일반회사채 구축 효과로 인해 단기자금시장의 불안 가중이 있다. 이 민감한 시기에 김진태 강원지사는 강원도가 보증선 2050억 원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한, 레고랜드 시행사인 중도개발공사에 대해 회생신청을 했다. 주채무자에게 이러한 회생신청은 보증을 거절한 것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의 성급한 일 처리로 인해 좌파 언론과 야당에게‘보증채무 변제거부’라는 악의적인 해석의 빌미를 준 것이다.

때맞춰 야당의 날선 정치 쟁점화, 무분별한 투자로 속앓이를 해온 관련 금융기관의 편승은 시장에 대한 불신의 불을 지폈다. 이러한 여파로 최상위 신용도를 가진 공사채마저 발행이 유찰되는 신용경색·자금경색 국면으로 빠져들었다. 급기야 이를 수습하고자 정부는 50조+α, 한은 42.5조, 5대 시중은행이 95조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설상가상 증권사와 저축은행의 PF(프로젝트 파이낸싱)대출도 부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건설사들이 보증을 선 PF 단기자금의 87%가 내년 1분기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더해 흥국생명의 외화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콜옵션행사(조기상환) 해프닝 등으로 국가 신용부도스와프(CDS)프리미엄이 급등락하고 있다. 그야말로 자금시장은 대내외적으로 살얼음판을 걷는 모양새로, 우리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가 되고 있다.

이 와중에 미연준(FED)의 4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 금리인상(0.75%)으로 우리와 금리차가 이미 1%에 이른다. 또 한 차례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앞두고, 연내 마지막인 우리 금통위의 금리 인상폭이 초미의 관심사다. 자칫 지나친 금리차를 의식해 인상을 단행할 경우 이른바‘돈맥경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 이는 좀비기업은 생사기로에 서고, 흑자기업의 도산도 불러올 수 있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과 맞닥뜨려, 일각에서는 제2의 IMF사태 같은 과도한 경제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우리 경제가 그간에 쌓아온 저력이 만만치 않음을 믿어야 한다고 본다. 비록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무역수지 적자와 수출 감소가 우려되지만, 일시적인 추세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 경제의 주축인 1000대 기업은 부채비율이 200% 이하로 재무건전성이 양호하다. IMF사태 당시 589%와 비교해도 현저히 낮다. 든든하게도 우리는 국제경쟁력의 우위를 갖춘 기존 제조업과 신성장 동력의 첨단산업군을 두루 갖추고 있다.

또 외환보유고는 4000억 달러선(IMF사태 당시 100억 달러)이 유지되고 있다. 더구나 외환위기에 대비해 캐나다와 무한정 통화스와프, 보유 미국채를 담보로 달러를 빌리는 피마(FIMA) 협정 등의 보완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이제는 우리 경제를 옥죄는 글로벌 여건이 점차 우호적인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 인플레 진정 기미로 미연준의 금리정책 피봇(pivot 선회)에 속도가 붙고, 강달러 현상이 완화되고 있다. 미국 정치지형 변화로 인해 우크라이나전쟁도 종전의 실마리를 풀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결론적으로 현 상황에서는 시장불안정을 진짜 위기로 발전시키는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정부는 전술의 약한 고리가 경제주권마저 포기하는 위기의 시발이 되지 않도록, 소방수 역할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지난 칼럼 ‘위기극복은 경제주체의 고통분담부터’를 통해 그 해법을 제시한 바 있다. 모쪼록 호전되는 글로벌경제환경을 잘 활용한다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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