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식
김정식

지난 며칠간 정치권 밖에서는 미국 복권이 화제였다. 현지시간 8일 발표된 파워볼 당첨금액은 2조 8193억 원. 세계 복권 역사상 최고 금액이다. 당첨자는 일시 수령을 선택한다면 세전 약 1조 3800억 원, 29년 연금으로 나눠 받으면 약 2조 8200억 원을 받게 됐다고 한다. 최근 국내에서 이 복권을 키오스크 형태로 판매하면서 합법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그만큼 관심도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필자 주변에도 이 복권을 구매하고, 당첨 후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잠시나마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지인들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2년부터 직접 숫자를 선택하는 로또복권 판매가 시작됐다. 역대 최고 당첨금액은 2003년 407억 2296만 원이다. 로또복권은 발행 초기부터 큰 인기를 누렸으나 사행성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당첨금 이월 제한을 줄이고, 복권 가격을 한 게임당 2000원에서 1000원으로 낮추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해 로또복권 판매액은 5조 9755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3% 증가했다고 한다. 서민의 삶이 피폐해진 것으로 평가받는 문재인 정부 이전인 2016년 판매량 3조 5550억 원에 비해서는 무려 1.7배 정도 증가한 수치다. 이러한 결과를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코로나19와 경기침체로 인해 많은 국민이 사행성·한탕주의로 내몰리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필자 생각은 조금 다르다. 복권을 부정적으로만 봐야 할까? 우선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권 매출은 2020년 0.2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0.40%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복권위원회와 동행복권은 세계복권협회에서 건전화 표준인증 최고 등급인 4단계를 유지하고 있기도 하다. 복권 판매액에서 당첨금과 발행 경비를 제외한 수익금은 판매액의 약 41% 수준이다. 이렇게 조성된 기금은 대부분 저소득층 주거 안정 및 소외계층 지원에 활용되어 사회 안전망 구축 등 복지 분야에 크게 기여한다. 2013년에는 당시 3조 미만의 판매액을 보이던 로또를 포함한 복권산업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파급효과가 연평균 3조 4000억 원 이상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1조 이상의 부가가치 창출 효과도 추정됐다.

많은 전문가가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불황을 예측하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 시절 과도하게 늘어난 세금과 국가 재정을 줄여가면서도 늘어나는 복지 수요에 맞추기 위해 복권사업의 확대를 고려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미 대다수 국민은 복권을 훌륭한 정부 재원 조성의 수단이자 건전한 오락문화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 복권을 구매하는 가장 큰 이유도 ‘재미’ 및 ‘당첨 기대감’이라고 한다. 철저한 분석을 통한 사업 확대로 국민에게 희망을, 복지 대상자에게 조금 더 큰 기회의 사다리로 작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로또’(Lotto)는 이탈리아어 ‘행운’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이 글을 보신 분들에게 ‘행운과도 같은 행복한 일상’이 함께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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