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무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내달 1일부터 50%로 일원화하는 등 각종 대출 규제 완화를 발표했으나 DSR 규제만은 현행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LTV와 더불어 개인별 DSR 규제까지 완화할 경우 돈을 갚을 능력을 초과한 대출이 이뤄져 결과적으로 가계 부채의 뇌관을 건드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사진은 14일 서울 남산에서 내려다 본 일대. /연합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무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내달 1일부터 50%로 일원화하는 등 각종 대출 규제 완화를 발표했으나 DSR 규제만은 현행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LTV와 더불어 개인별 DSR 규제까지 완화할 경우 돈을 갚을 능력을 초과한 대출이 이뤄져 결과적으로 가계 부채의 뇌관을 건드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사진은 14일 서울 남산에서 내려다 본 일대. /연합

최근 정부가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에 나섰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만은 풀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함께 DSR 규제까지 완화할 경우 빚을 갚을 능력을 초과한 대출이 이뤄져 가계부채의 뇌관을 건드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DSR은 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 비율을 뜻하는 지표다. DSR 계산에 사용되는 총대출액에는 주택담보대출뿐만 아니라 신용대출, 자동차 할부대출, 카드론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전에도 주택담보대출과 관련한 소득 기준을 따지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있었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 원리금과 기타 대출의 이자만 보기 때문에 실제 상환능력을 가늠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일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무주택자에 대한 LTV 규제를 내달 1일부터 50%로 일원화하는 등 각종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 방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DSR 규제만은 현행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가계의 채무 상환 능력이 개선된 것이 아닌데 섣불리 DSR 규제를 완화할 경우 금리인상 기조 속에 가계의 채무 상환 부담만 늘려 가계경제와 부동산시장의 불안정성을 키울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DSR 규제만 유지하면 금융사가 차주의 빚 상환 능력 심사를 철저히 하는 관행이 정착될 수 있어 LTV를 추가로 풀어도 가계대출 건전성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게 금융위원회의 판단이다. 이는 최근 금융당국의 일부 인사들이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라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지만 최후의 보루인 DSR까지 손대지는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부가 부동산 대출 규제 정상화를 추진하면서도 DSR 규제만큼은 기존의 틀을 고수하는 것은 가계부채가 여전히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잠재위험 요인이라는 것을 의식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총액은 1869조4000억원으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이는 1분기보다 6조4000억원 늘어난 것이다. 코로나19로 다른 나라들은 소비가 감소하면서 가계부채가 줄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다. 특히 가계부채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주택 관련 부채다. 지난 2분기에도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1분기보다 8조7000억원 증가한 1001조4000억원에 달했다.

지난달 30일 국제금융협회(IIF)가 내놓은 세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2.2%로 주요 35개국 가운데 가장 높다. 경제 규모, 즉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를 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77.7%와 64.0%에 불과하다. 중국도 63.3%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DSR 규제가 유지되는 이상 고소득자를 제외하면 LTV 등 다른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의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DSR은 연소득 대비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40%를 넘지 않도록 하는 규제인데, 이미 규제 한도를 꽉 채워 LTV 등이 완화돼도 대출 한도가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리가 급등해도 대출 한도는 줄어든다. 가령 연소득 7000만원의 차주가 4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받는다고 할 경우 금리가 연 3%일 때는 DSR 40%를 적용받아 6억5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지만 금리가 6%로 오르면 4억원 밖에 빌릴 수 없다.

하지만 금리 상승이 계속되고 있고, 내년 상반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9%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점을 감안하면 DSR을 푸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 가령 연소득 7000만원의 차주가 현재 6% 금리로 4억원을 빌렸다가 추후 금리가 9%로 오르면 DSR이 무려 53%로 치솟는다. 매달 소득의 절반 이상을 빚 갚는데 써야 하는 것이다. 남은 소득으로 소득세, 국민연금 등 준조세까지 내고 나면 생활비도 빠듯해진다.

만약 DSR을 50%로 풀어주면 해당 차주는 현재 6% 금리로 5억3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하지만 금리가 9%로 오르면 DSR은 무려 70.1%가 된다. 통상 금융권에서는 DSR이 70%를 초과하는 차주를 고위험차주로 분류한다. 다수의 전문가들이 DSR을 섣불리 풀 경우 차주가 원리금을 못갚아 부실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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