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비메탈 밴드 ‘블랙홀’. /원스토리코리아 제공

헤비메탈 록 밴드 ‘블랙홀’의 데뷔 33주년 공연이 12일 청담동 일지아트홀에서 열렸다. 첫 음반 ‘미라클’(1989) 수록곡 ‘깊은 밤의 서정곡’ 등 30곡, 이제 중년인 ‘블랙홀’ 멤버들의 열창과 관객들 호응으로 공연장이 한껏 달아올랐다. 주상균(보컬 겸 기타) 이원재(기타) 이관욱(드럼) 김세호(베이스) 등 네 사람의 열정은 여전하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데뷔 원년 멤버 주상균이 소감을 밝혔다. "전설적 록밴드 콘서트처럼 수만 명 규모의 스타디움을 꽉 채운 관객들과 공연해보고 싶다."

1985년 활동을 시작한 블랙홀은 1989년 정규 1집 ‘미라클’(Miracle)을 통해 정식 데뷔했다. 당시로선 생소한 음악장르라 개척자의 길이 녹록치 않았다. 우주의 블랙홀처럼 모든 음악을 빨아들이겠다는 담대한 포부가 담긴 이름이지만, 첫 앨범 흥행이 저조했고 멤버들도 여러번 바뀐다. 그러나 데뷔 이래 매년 빠짐없이 전국 방방곡곡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이 방면 뮤지션들의 귀감으로 통하게 됐다. 1991년 2집 ‘서바이브’(Survive)를 포함해 2019년 정규 9집 ‘에볼루션’(EVOLUTION)에 이르기까지 20여 개의 음반을 발표하며 공백기 없이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블랙홀의 음악세계는 서양장르 ‘록’에 한국적 정서를 잘 녹여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민감한 근현대사를 건드린 1995년 정규 4집 ‘공생관계’ ‘잊혀진 전쟁’ ‘마지막 일기’ 등이 음반사를 경악시킨 반면, 대학교 캠퍼스 행사에서 섭외가 밀려들었다. 4집 성공은 블랙홀을 가장 ‘한국적 헤비메탈 록’으로 자리매김한다. 음반시장의 변화와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2005년 정규 8집이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록 앨범상을 받았다. 한국 록의 명맥을 이어온 블랙홀의 존재감을 입증한 셈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무대가 줄자 ‘원정대 프로젝트’라는 독특한 전국투어도 펼쳤다. 각지의 팬들이 기획자가 되어 현지에서 준비한 무대에 블랙홀이 오르는 것이다. 블랙홀의 새 음반(정규 10집)이 2~3년 안에 발표될 예정이다. 블랙홀의 마지막 정규 음반이 될 것 같다. "정규 음반 10개 정도면 할 수 있는 음악 다 해본 것 아닐까" 멤버 주상균이 말하자, 김세호가 나서서 덧붙였다. "밴드를 해체하겠다는 게 아니다", "10집 나오고 10년은 더 공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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