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은 지난해 2분기부터 6개 분기 연속으로 적자행진이 이어지면서 올해 누적 적자는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 3·4호기와 공사 중인 5호기(왼쪽부터) 모습. /연합
한국전력은 지난해 2분기부터 6개 분기 연속으로 적자행진이 이어지면서 올해 누적 적자는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 3·4호기와 공사 중인 5호기(왼쪽부터) 모습. /연합
 

문재인 정부의 무리한 탈(脫)원전 정책으로 올해 3분기 한국전력이 7조5309억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2분기부터 6개 분기 연속으로 적자 행진이 이어지면서 올해 한국전력의 누적 적자는 30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한국전력은 고금리 공사채를 쏟아내며 적자를 메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오히려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와 맞물려 채권시장에 ‘돈맥경화’만 부추기는 모양새다.

한국전력의 적자 폭탄은 채권시장을 넘어 이른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의 늪에 허덕이고 있는 서민들의 지갑까지 털어낼 기세다. 지난 1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전기요금 인상에 무게를 두고 요금 단가를 구성하는 여러 항목 중 하나인 기준연료비부터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과 기준연료비, 기후환경요금, 연료비 조정요금 등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기준연료비는 관세청이 고시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석유 등 무역 통관 가격의 최근 1년간 평균치를 반영해 책정한다.

한국전력의 적자 행진은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문 정부는 친환경이라는 명목하에 발전단가가 저렴한 원전의 발전을 줄이고 LNG 발전을 늘리는 악수(惡手)를 뒀다. 또 지난 2017년 급하게 에너지전환 로드맵을 공표하고 노후 원전의 가동 연장과 신규 원전 계획을 일부 폐기했다.

에너지전환 로드맵에는 월성 원전 1호기를 2018년부터 발전 시설에서 조기 퇴출하고, 현재 운영 중인 원전 24기를 2030년까지 18기로 축소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문 정부의 이 같은 악수는 5년 후 한국전력, 채권시장, 서민경제에 폭탄으로 돌아왔다. 일각에서는 5년간 치솟은 LNG 등 발전단가에 비례해 전기요금을 제때 올리기만 했더라도 한국전력의 30조 적자, 채권시장 교란, 전기요금 폭탄으로 이어지는 나비효과는 피할 수 있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현재 국제 LNG 가격은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럽행 천연가스관을 쥔 러시아가 석연찮은 이유로 가스관을 잠그는 등 몽니를 부린 탓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9월 LNG 수입 가격은 톤(t)당 평균 132만56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 가격인 61만6400원보다 2배 넘게 올랐다. 다른 발전 연료인 석탄(유연탄) 가격도 톤당 124달러에서 355달러로 3배 가까이 치솟았다.

발전단가가 폭등하면서 한국전력이 발전회사에서 전기를 사올 때 적용하는 금액인 전력도매가격(SMP) 역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를 전기요금에 즉각 반영하지 못하는 것도 한국전력의 적자를 눈덩이처럼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한국전력의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력도매가격은 1킬로와트시(KWh)당 평균 177.4원인 데 반해 판매단가는 116.4원에 불과했다. 전기 1KWh를 판매할 때마다 61원의 손실이 불가피한 역마진 구조인 셈이다.

올해 들어 한국전력은 4·7·10월 세 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인상한 바 있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적자 폭을 줄이기에는 역부족인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한국전력은 6%대 고금리 공사채 24조원 어치를 채권시장에 풀었다. 공사채 발행을 통해 대규모 적자를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시중자금이 최우량 신용등급(AAA) 한전채에 몰리면서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돈줄이 막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서민경제에도 탈원전 정책의 후폭풍이 거세게 일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년 기준연료비를 1㎾h당 40~50원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현재 전기를 1㎾h당 130원대에 판매하고 있는데, 이를 고려하면 최대 40% 인상되는 셈이다. 탈원전으로 시작된 한국전력의 적자 문제가 서민 경제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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